[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바보야, 문제는 우승이야.'
다니엘 레비 토트넘 회장이 팀을 떠날 결심을 한 해리 케인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카드로 대폭적인 주급 인상안이 포함된 새로운 계약을 제시했다. 하지만 케인은 이에 대해 '콧방귀'조차 뀌지 않고 있다. 케인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주급 인상'은 아니기 때문이다. 돈은 나중 문제다. 케인은 지금 우승에 목이 말라 있다. 레비 회장과 토트넘 구단은 맥락을 완전히 놓치고 있다.
영국 매체 데일리스타는 6일(한국시각) '바이에른 뮌헨의 압박을 받고 있는 토트넘 구단이 케인에게 큰 폭의 주급 인상이 포함된 새로운 대형 계약을 제시했다'며 다급해진 레비 회장과 토트넘 구단의 현재 분위기를 전했다. 이 매체는 가디언의 보도를 인용해 '현재 토트넘에서 주급 20만파운드(약 3억3200만원)를 받고 있는 케인은 계약이 12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 많은 구단들이 케인을 노리고 있는 가운데, 토트넘은 주급을 큰 폭으로 올린 새로운 계약을 제시했다. 하지만 케인은 재계약안에 사인하는 것을 서두르지 않고 있으며, 이번 여름에 토트넘을 떠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케인을 붙잡기 위한 토트넘의 애처로운 몸부림이지만, 전혀 맥락을 잡아내지 못한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애초부터 케인의 이적 추진 목적이 '주급 인상'같은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케인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우승 트로피'다. 그리고 현재 토트넘에서는 이 목표를 이룰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떠나려는 것이다.
지난 2012년부터 토트넘에서 뛰어 온 케인은 뛰어난 득점력을 앞세워 팀의 에이스이자 잉글랜드 대표팀의 캡틴, 그리고 프리미어리그(EPL)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자리매김했다. 이미 토트넘 구단 사상 최다득점 기록을 수립했고, 현역 EPL 선수 중 통산 최다득점이자 역대 통산 2위 기록도 갖고 있다. 개인 성적은 어느 누구와 비교해도 뒤질 것이 없는 최정상 스트라이커다.
하지만 케인의 커리어에는 채워지지 않은 큰 허점이 있다. 화려한 개인 성적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우승을 단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케인은 늘 이 점을 아쉬워했다. 처음에는 친정팀인 토트넘에서 자신의 힘으로 우승컵을 들어 올리려 애썼다. '영혼의 파트너'인 손흥민과 함께 우승에 근접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케인과 손흥민의 힘만으로는 부족했다. 토트넘의 전력은 지속적으로 약화됐다.
결국 케인은 토트넘에서의 우승을 사실상 포기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우승할 수 있는 팀으로의 이적'을 결심했다.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그런 결심이 확고히 선 듯 하다. 그는 지난 5일 런던 자택에서 자신의 영입을 원하는 바이에른 뮌헨은 토마스 투헬 감독을 직접 만나 '우승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독일 유력지 빌트에 의하면 케인은 투헬 감독에게 '뮌헨에서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뮌헨 이적의지를 구체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이런 보도를 접한 레비 회장은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도 모르게 팀의 에이스가 타 구단 감독을 만나 이적에 대한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레비 회장은 뮌헨을 향해 격렬한 비난을 쏟아내는 동시에 케인에게 대형 재계약안을 내밀었다.
그러나 케인은 더 이상 레비 회장의 '당근'에 관심이 없다. 토트넘에서는 우승을 할 수 없다고 뼈져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떠난 이후 토트넘은 8위까지 추락했다. 새로 부임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우승' 보다는 '리빌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무도 토트넘을 다음 시즌 EPL 우승후보로 생각하지 않는다. 심지어 유럽 대항전에도 나가지 못하는 처지다. 결국 토트넘은 케인의 우승에 대한 갈망을 충족시킬 수 없다. 돈으로도 케인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 남은 결말은 하나 뿐인 것으로 보인다. '결별'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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