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도발에 도발로 응수했다.
이정효 광주 감독(47)과 윤정환 강원 감독(50)이 때아닌 '장외설전'을 벌였다.
시작은 이 감독의 '매너볼 발언'이다. 이 감독은 지난 7일 강원과 '하나원큐 K리그1 2023' 21라운드를 끝마치고 "(강원에서)시간을 지연하려고 했다. 프로로서 자세가 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저희에게 매너볼을 기대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작심발언했다. 1대1 무승부로 끝난 이날 경기에서 강원 선수들이 일부러 시간을 지연했다고 생각한 듯했다. 여론은 뜨겁게 반응했다. 시간 지연 행위를 나무라는 목소리, 솔직한 감정을 표출하는 'K-무리뉴'를 응원하는 목소리, 광주 골키퍼인 이 준이 시간 지연 행위로 경고를 받은 건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고 묻는 목소리가 공존했다.
매너볼은 사실 오랜기간 이 감독의 머릿속에 들어있던 키워드다. 지난 5월 서울 원정경기에서 '시즌 1호' 매너볼 논란이 일었다. 당시 서울 선수가 넘어지자 서울은 공을 사이드라인 밖으로 걷어냈다. 이럴 땐 보통 광주가 서울쪽으로 공을 건네주는 게 '매너'로 통한다. 하지만 공 소유권을 지닌 광주는 그대로 공격을 전개했다. 경기장엔 야유가 쏟아졌다. 이에 대해 이 감독은 "팬들은 시간을 지연하는 모습을 보러 온 게 아니다. 우리 선수들이 잘못한 것 같지 않다"고 광주 선수들을 감쌌다. 이에 서울 미드필더 기성용은 "실망스럽다"고 반응했다.
강원전 나흘 뒤인 11일 오후 7시30분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전에서 만난 이 감독은 거침이 없었다. '마녀사냥'이라는 단어를 꺼낸 이 감독은 "오늘 (비판)기사를 봤다. 본질을 놓친 기사다. 변화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 말한 것이다. 부상을 당하거나 쓰러지면 당연히 공을 밖으로 보내야 한다. 하지만 아픈 척 쓰러지고, 그런 다음 라인 밖으로 나갔다가 물 마시고 들어가서 또 수비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속이려고 하고, 지연시키려고 한다. 이런게 없어져야 하고, 기본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심판 교육에서 '플레잉타임이 너무 떨어진다'는 얘기가 나왔다. 나도 그것(플레잉타임 늘리기)을 지향하고 따라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강원-광주전에서 광주 이정규 수석코치와 강원 미드필더 알리바예프가 충돌한 건에 대해선 "알리바예프가 (우리 코치에게)한국어로 욕을 했다더라"고 뒷얘기를 전했다.
비슷한 시각, 대구-강원전이 열린 DGB대구은행파크에도 자연스레 이 발언이 전해졌다. 윤 감독은 이를 '도발'로 받아들인 눈치다. 0대0 무승부로 끝난 경기 후 관련 질문에 "어떤 기본인지 모르겠다. 반대로 광주 골키퍼가 시간을 지연시키지 않았나. 그건 확실하게 말해야 한다. 자기팀 선수가 지연시키는 건 괜찮고 상대 선수가 지연시키는 건 안되는 건 말이 안 맞다"며 일갈했다.
계속해서 "상대 선수에게 그렇게 이야기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저희 코치도 선수가 그런 이야기 들었을 때 기분이 나빴기 때문에 말을 했던 것이다. 이정효 감독이 선수들에 대한 리스펙트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 감독이야말로 '기본'을 지키라고 충고했다.
'핑퐁 설전'은 여기서 끝났을까. 아니다. 대구-강원전이 제주-광주전보다 30분 앞선 오후 7시에 열렸다. 이 감독은 0대0으로 끝난 경기를 마치고 라커룸에서 선수들과 대화를 하던 도중 윤 감독의 발언을 기사로 접했다. 이 감독은 팀 버스를 타러 가는 길에 상기된 표정으로 "(윤 감독이)무슨 기본을 말하는지 모르겠다"며 "다음 홈경기에선 승리하겠다"고 '재도발'했다. 오는 10월8일 광주에서 열릴 양팀의 맞대결은 벌써부터 뜨겁다.
제주=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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