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2호 홈런 포함 3개의 안타를 때려내며 6연승을 이끌었다. 그런데 홈런을 친 후의 행동이 특별했다. 배트를 들고 상대 더그아웃을 향해 두 번이나 경의를 표했다.
모두의 짐작 대로다. 떠난 동료를 향한 고마움의 표현, KIA 타이거즈 박찬호가 삼성 라이온즈 류지혁을 향해 최고의 감사 표시를 했다.
12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과 KIA의 경기. KIA 박찬호가 3회 1사 후 타석에 섰다. 삼성 선발투수는 원태인, 이때까지 단 한 개의 안타만을 내 주며 호투하고 있었다. 1B2S의 불리한 볼카운트, 원태인의 5구째 체인지업이 몸쪽 높은 곳으로 날아왔다. 박찬호가 기다렸다는 듯 자신 있게 배트를 잡아당겼다. 좌측 담장을 살짝 넘어가는 비거리 110m의 선제 솔로포.
박찬호 자신이 가장 놀랐다. 홈런을 확인한 순간 깜짝 놀라는 표정이 그대로 나타났다. 예상치 못한 홈런에 원태인도 실소를 짓고 말았다. 6월 6일 SSG전 첫 홈런 이후 무려 36일 만에 터진 박찬호의 시즌 2호 홈런이다.
3루를 돌며 손을 번쩍 든 박찬호가 홈베이스를 밟은 후 후속타자 최원준에게서 배트를 건네받았다. 그런데, KIA 더그아웃으로 향하던 박찬호가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멈춰서 몸을 돌렸다. 그리고 삼성 더그아웃을 향해 배트를 번쩍 들어 보였다. 첫 번째 감사 표시다.
더그아웃에 들어와 동료들의 환영을 받는 순간에도 손에서 놓지 않은 배트. 성대한 환영식이 끝나자마자 박찬호는 배트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 다시 한번 삼성 더그아웃을 향해 배트를 높이 들었다. 두 번째다, 한 번으론 부족했다.
박찬호를 홈런 타자로 만들어 준 방망이. 류지혁의 배트였다. 경기 전 박찬호가 거의 반강제적으로 류지혁에게서 건네받은 배트였다.
이날 관중석의 KIA 팬들은 일주일 전 KIA를 떠나 삼성 유니폼을 입은 류지혁과 다시 만났다. 2회초 류지혁이 첫 타석에 들어서며 친정 팬들을 향해 작별과 재회의 인사를 했다. 응원단은 KIA 시절 류지혁의 응원가를 틀며 환영했고, 많은 팬들이 스케치북에 감동적인 응원문구를 담아 떠난 류지혁을 응원했다.
전날에는 우천으로 경기는 취소됐지만, 류지혁이 KIA 더그아웃을 방문해 동료들과 재회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종국 감독과 심재학 단장, 진갑용 수석 코치 등이 뜨거운 포옹으로 류지혁을 반겼다. 라커룸에 모인 선수들은 류지혁에게 선물을 전달하며 이별의 아쉬움을 달랬다.
류지혁이 KIA 유니폼을 입은 기간은 세 시즌이다. 짧다면 짧을 수 있는 기간이다. 하지만, 떠난 류지혁을 대하는 동료 선후배와 팬들의 모습을 보며 류지혁이 얼마나 사랑받는 선수였는지 알 수 있었다.
상대팀 선수에게 배트를 선물 받아 홈런을 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이날 박찬호의 홈런은 좀 더 특별했다. 이제는 다른 팀이 된, 좋아하던 선배가 준 선물로 친 36일 만의 홈런, 일년에 몇 번 볼 수 없는 깜짝 쇼다.
박찬호가 망설임 없이 상대팀 더그아웃을 향해 감사 표시를 한 이유다. 거기에 류지혁이 있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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