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에 있을때나 '내 새끼'지 운동장에서는 우리 팀 선수들이 '내 새끼'다."
24일 김포솔터축구장에서 열린 안산 그리너스와 '하나원큐 K리그2 2023' 23라운드, 경기 전 만난 고정운 김포FC 감독은 단호했다. 6경기 무승(3무3패)로 주춤하던 김포는 김천 상무(2대1)와 서울 이랜드(1대0)를 연파하며 다시 흐름을 탔다. 3연승의 기로에서 만난 안산, 고 감독은 "반드시 잡아야 하는 상대지만, 우리 팀에는 더 어려운 경기"라고 했다.
고 감독 입장에서 이날 경기가 더욱 신경 쓰이는 이유가 있었다. 안산 라인업에 등번호 4번, 고태규가 선발 출전했기 때문. 고태규는 고 감독의 아들이다. 2010년 당시 강원FC를 이끌던 최순호 현 수원FC 단장과 경남FC에서 뛰던 아들 최원우와 격돌한 이후 K리그 역사상 두번째 부자 맞대결이다. 최근 FA컵에서 성남FC의 이기형 감독과 포항 스틸러스의 이호재가 맞대결을 펼친 적이 있다. 당시 이호재가 두 골을 몰아치며 화제를 낳았다.
고 감독과 고태규가 한 그라운드에서 맞대결을 펼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 감독은 "처음 만난다. 걔가 부상 때문에 1년 정도 쉬었다"며 "별 의미를 두고 싶지 않다. 똑같다. 집 안에 있을 때나 '내 새끼'다. 지금은 내 새끼가 아니다. 운동장에서는 우리 팀 선수들이 '내 새끼'"라고 했다. 이어 "경기 전에 얼굴도 안봤다"고 했다.
사실 고 감독과 고태규 모두 리그 때문에 만나기가 어렵다. 고 감독은 "나도 김포에 집을 얻어서 살고 있으니 본가에는 잘 내려가지 않는다. 태규도 안산에서 집 얻어서 살고 있으니 만날 일이 없다"라면서 "우리 팀이 이기고 태규가 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한다. 하지만 결국 이겨야 한다. 태규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기형 감독은 이호재와 대결하며 "부담스럽다"는 뜻을 전했다. 고 감독은 "뭐가 부담스러운가. 집에서는 별짓을 다하지만, 운동장에서는 내 새끼가 아닌데, 그런 게 어딨나"라고 했다. 포항에서 김기동 감독이 아들 김준호와 함께 뛰는 모습처럼, 언젠가 둘이 함께 할 수는 없을까. 고 감독은 손사레를 쳤다. 그는 "그럴 일은 전혀 없다"라고 선을 그으며 "나도 불편하고 태규도 불편할 거다. 김기동 감독 멘탈이 대단한 거다. 또 그만큼 김준호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일거다. 그런데 나는 아니다. 아무리 잘해도 자식과는 한 팀에 있을 수는 없을 것 같다"고 웃었다.
경기는 아들이 웃었다. 안산은 전반 41분 김범수의 결승골을 앞세워 1대0으로 승리했다. 안산은 이날 승리로 9연패 포함, 12경기 무승(2무10패)의 수렁에서 탈출했다. 고태규는 시종 단단한 수비로 김포의 공격을 무실점으로 묶었다.
김포=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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