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부실채권 정리에 한창이다. 경기침체와 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 연체율, 고정이하여신(NPL) 비율 상승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여신 및 재무 건전성 확보를 위한 사전움직임에 가깝다는 평가다. 금융당국은 최근 은행권에 대한 건전성 관리 강화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은 올해 상반기 기준 2조2130억원의 부실채권을 상·매각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2배 늘었고, 지난해 전체 상·매각한 규모와 같은 수준이다. 은행은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 채권을 '고정 이하' 등급의 부실 채권으로 분류하고 별도 관리하다가, 회수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고 판단되면 떼인 자산으로 간주한다. 이후 장부에서 지워버리거나(상각·write-off), 자산유동화 전문회사 등에 헐값에 파는(매각) 방법 등으로 처리한다. 상각 대상에는 주로 담보가 없는 신용대출 채권이 많고, 매각은 주로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올해 상반기 부실채권의 상·매각 규모는 2분기 급증했다. 지난 6월 1조2646억을 포함해 1조3560억원 가량 부실채권이 대거 상·매각됐다. 최근 3개월 사이 건전성 지표가 나빠져 은행들이 공격적인 관리에 나선 셈이다.
최근 5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대출 연체율과 NPL 비율은 상승세를 보여왔다. 금감원이 지난 3일 발표한 '2023년 4월 말 국내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을 보면 지난 4월 은행의 연체율은 0.37%로 전월보다 0.04% 상승했다. 지난 2020년 8월 0.38%를 기록한 이후 이후 3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전년 동월과 비교해선 0.14%가 올랐고, 전월 대비 0.04% 늘었다.
NPL 비율도 오름세를 보였다. NPL 비율은 금융기관의 전체 여신에서 원금이나 이자를 3개월 이상 회수하지 못한 부실채권 비중을 뜻한다.
시중은행의 5월 말 기준 NPL 비율은 평균 0.3%다. 전월(0.25%) 대비 0.05%가량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이 부실 채권을 상·매각하면 해당 채권은 대차대조표상 보유 자산에서 제외된다. 부실 채권 규모가 감소하면 연체율이나 NPL 비율도 낮아진다. 최근 5대 시중은행의 경우 대규모 부실 채권의 상·매각을 통해 6월 말 기준 연체율과 NPL 비율을 낮췄다.
5대 은행의 6월 말 기준 단순 평균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29%(가계대출 0.25%·기업대출 0.32%)다. 지난 5월 말 0.33%(가계대출 0.29%·기업대출 0.37%)보다 0.04% 낮아졌다. NPL 비율도 한 달 사이 평균 0.3%에서 0.25%로 0.05% 하락했다.
최근 부실채권의 상·매각에 따른 연체율 등의 하락은 있었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건전성 지표는 좋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해 6월 말 5대 시중은행 평균 연체율, 신규 연체율, NPL 비율은 각각 0.17%, 0.04%, 0.22%로 올해 같은 시점보다 각 0.12%, 0.05%, 0.03%가 낮았다.
특히 금융권 안팎에선 은행권의 연체율이 하반기부터 높아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경기 부진 장기화 탓에 취약·한계 기업들의 연체율이 높아지는 가운데 코로나 금융지원이 종료되면 연체율은 더 빠르게 오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중은행들이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부실 채권의 상·매각 외에도 대출 연체율, NPL 비율을 낮추기 위한 근본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부실채권의 상·매각을 통해 자산건전성 지표를 개선하더라도 기존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은행의 연체율은 최근 경제 상황 등을 반영해 당분간 현재 추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금융당국의 관리감독도 강화되고 있어 시중은행들이 건전성 관리 및 손실흡수능력 확보를 위해 적극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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