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주자가 있어야 잘던지나봐요." 자조섞인 농담이었지만, 온몸이 흠뻑 젖을 정도로 땀을 많이 흘렸다. 긴장, 또 긴장. 달라진 서진용이다.
SSG 랜더스 서진용은 현재 리그 세이브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26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는 2이닝 세이브를 챙겼다. SSG는 8-7로 1점 앞선 상황. 8회말 문승원이 흔들리며 무사 1,2위 위기에 몰리자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던 마무리 서진용을 마운드에 올렸다.
서진용은 올 시즌 2이닝 투구가 앞서 딱 한번 있었다. 1이닝 전후를 던진다. 그런 서진용이 8회 노아웃 상황에 등판했다는 사실은 SSG 벤치도 승부수를 띄웠다는 뜻이다.
8회 무사 1,2루에서 구자욱을 외야 플라이로, 호세 피렐라를 병살타로 잡아내며 실점 없이 위기를 넘긴 서진용은 9회말 이성규와 김동엽에게 연속 안타를 맞아 이번에는 스스로 무사 1,2루 위기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다시 한번 이겨냈다. 어려운 만루 승부 끝에 마지막 김성윤의 타구를 투수 앞 직선타로 직접 잡아내며 경기를 끝냈다.
경기 후 만난 서진용은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머리와 얼굴에서도 땀이 비오듯 쏟아졌다. 날씨가 무덥기도 했지만 그만큼 긴장을 많이 했다는 뜻이었다. "최근 들어 가장 긴장을 많이 한 상태에서 등판했다"는 그는 "7회에 코치님들이 말씀을 미리 해주셨다. 상황에 따라 8회에 빨리 올라갈 수도 있다고 하셔서 대기했는데, 노아웃 그것도 주자 2명이 있는 상황에 올라가면서 긴장을 많이 했다. 8회를 넘기고, 또 9회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걱정도 들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러나 스스로 마음을 다잡았다. 서진용은 "제가 위기 상황에서 도움이 될 수 있는 투수라고 생각해서 믿고 올려주셨으니 그 믿음에 보답하고 싶었다. 일단은 무조건 삼진 잡아서 막아내자는 생각만 가지고 던졌다"고 돌아봤다. 9회처럼 올 시즌 유독 주자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더 결과가 좋은 서진용이다. "제가 주자가 있어야 잘던지는 것 같다. 주자가 있어야 자신감이 생기나보다"라며 웃으며 자책한 서진용은 "어떻게든 주자를 안내보려고 했는데 경기가 그렇게 쉽게 되는 게 아니지 않나. 9회에 상대가 희생번트에 실패하고 이후땅볼이 나오면서 잡을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마지막 직선타도 어떻게든 앞에 떨어트리려고 했는데 글러브에 쏙 들어와가지고 너무 좋아서 저도 모르게 팔을 번쩍 들고 환호한 것 같다. 너무 기분이 좋고 뿌듯했다"며 안도했다.
서진용은 올 시즌 블론세이브가 아직 한 차례도 없다. 시즌 반환점을 지난 시점에서 대단한 기록이다. 현재 27세이브로 여유있는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놀랍다. 하지만 서진용은 "블론세이브는 언젠가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블론세이브가 없다는 것을 의식하지는 않고, 한 타자, 한 경기만 생각하고 있다. 잘 하려고 하다보면 기록도 유지될 수 있지 않겠나"라며 덤덤하게 이야기 했다.
대구=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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