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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이 필요한 경기였다. 1차전 콜롬비아에 0대2로 패하고, 2차전 모로코에 0대1로 패하며 16강 꿈이 멀어졌다. 우승후보 독일이 콜롬비아에 패하는 이변 속에 기적의 '경우의 수'가 등장했다. 콜롬비아가 최종전에서 모로코를 잡고, 한국이 독일에 5골 차로 승리하면 극적인 16강행이 가능하단 것. '1승1패' 조2위의 독일 역시 16강행을 위해 한국전에 사활을 걸 것이 뻔했다. 다들 '희망고문'이라고 했지만 벨 감독도 선수들도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있다면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를 악물었다. 황금세대도, 차세대도, 한국 여자축구의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떨치기로 했다. 마지막 최강 독일전에선 100%의 한국 여자축구를 보여주자고 결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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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4-3-3)=김정미(GK)/장슬기-김혜리-심서연-추효주/조소현-지소연-이영주/최유리-케이시 페어-천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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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급해진 독일의 공격은 좀체 풀리지 않았다. 전반 12분 19번의 쇄도를 김혜리가 명품 태클로 끊어냈다. 전반 15분 클라라 뷜의 헤더는 크로스바를 벗어났다. 대한민국은 독일의 파상공세를 온몸으로 막아섰다. 눈부신 투혼이었다. 지소연이 중앙, 측면을 오가며 활로를 열었고, 천가람이 오른쪽 측면에서 빠른 압박으로 승부했다. 최전방의 케이시 페어는 틈만 나며 치고 달리며 상대를 위협했다. 공수에서 최강 독일을 압도한 경기, 그러나 전반 막판 실점이 뼈아팠다. 전반 42분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스베냐 후트의 크로스에 맞춰 포프가 튀어올랐다. 전체 골의 73%를 머리로 넣는 포프, 알고도 못막는 고공 헤더였다. 1-1로 전반을 마쳤다.
하프타임 모로코가 콜롬비아에 앞서고 있다는 소식이 타전되면서 독일이 급해졌다. 비길 경우 조 3위로 16강행이 무산될 위기. 강공으로 나섰다. 후반 13분 독일 포프가 또다시 골망을 흔들었지만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후반 15분 후트의 크로스에 이은 포프의 헤더가 또다시 크로스바를 강타했다. 후반 18분 벨 감독은 많이 뛴 천가람을 빼고 박은선을 투입했다. 포프의 고공헤더를 피지컬 강한 박은선이 막아섰다.
후반 25분 지소연이 문전으로 바짝 붙인 날선 코너킥이 아깝게 불발됐다. 이어진 역습에서 포프의 드리블을 박은선이 끊어냈다. 후반 28분 포프의 러닝헤더를 맏언니 골키퍼 김정미가 받아냈다.
후반 33분 페어가 상대 반칙을 유도하며 후반 37분 독일의 역습을 캡틴 김혜리가 끊어내며 위기를 넘겼다. 후반 40분 페어 대신 문미라가 투입됐다. 세상의 모든 볼을 막아서던 캡틴 김혜리가 두 다리를 절뚝이면서도 투혼으로 맞섰다. 상대의 강력한 파울에 조소현이 들 것에 실려나가는 악재 속에 추가시간 9분을 꼿꼿이 견뎌냈다. 1대1 무승부. 험난한 월드컵 6연패 끝에 값진 승점 1점을 쏘아올렸다.
브리즈번 스타디움에 운집한 3만8945명의 축구 팬들이 대한민국 여자축구의 실력과 투혼을 똑똑히 목도했다. '16세 26일' 월드컵 최연소 출전을 기록한 '혼혈 에이스' 케이시 페어와 '38세 287일' 아시아 최고령 출전 맏언니 김정미가 행복하게 공존했다. 3번의 월드컵을 경험한 '황금세대' 베테랑들이 시련을 이겨내고 미래를 향한 희망을 쏘아올렸다. 더 이상의 눈물은 없었다.
브리즈번(호주)=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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