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피해자가 됐다. 경기 일정이 바뀌든, 장소가 바뀌든 그 누구도 웃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6일 오후 2시, 전북 현대는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3' 25라운드 홈경기를 앞두고 당혹스러운 소식을 접했다. 2023년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메인 행사인 K팝(K-POP) 콘서트가 1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는 것이었다. 한 시간여 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잼버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 내용을 공식화했다.
전주월드컵경기장은 K리그 전북 현대의 홈 구장이다. 전주시에 구장 임대료를 내고 사용한다. 전북은 6일 인천과 리그 경기, 9일 인천과 대한축구협회(FA)컵 준결승전, 12일 수원 삼성과 리그 경기로 이어지는 홈 3연전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K팝 콘서트 관계로 장소 혹은 일정을 바꿔야 했다. 전북 구단 관계자는 "5일 오후부터 관련 얘기가 있었다. 최종 결정은 6일 오후 2시였다. K팝 콘서트로 홈 경기를 치르지 못하게 됐다. 상대팀, 한국프로축구연맹, 대한축구협회와 얘기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구단 손해가 막심하다. 일정 변경은 선수단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장소가 바뀌면 홈 팬들의 일방적 응원을 내려놓아야 한다. 입장 수익 포기는 물론, 자칫 시즌권 팬들에게 홈 경기 취소분 금액을 돌려줘야 한다. 원정팀 인천도 마찬가지다. 인천은 2연전을 치르기 위해 전주에 베이스 캠프를 차렸다. 하지만 이번 일로 계획을 변경했다. 선수단은 일정을 바꿔 7일 인천으로 복귀했다. 체류를 위해 예약했던 숙소도 위약금을 물고 취소했다.
단 페트레스쿠 전북 감독은 "태어나서 겪어보지 못한 일이다.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우리 팀이 엄청난 영향을 받을 것이다. 특히 '전주성'이란 홈 구장은 팬들이 12번째 선수로 응원과 성원을 보내준다. 타격이 배가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팀 모두 이 모든 것을 감내해야 한다. 국가적 행사에 자칫 분위기를 망치지 않을까 오히려 조심하는 모양새다.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은 축구 팬들이다. 온오프라인을 통해 씁쓸한 현실을 한탄하고 있다. 휴가를 빼서 관람을 앞둔 팬도 있었다. 전북 팬들은 '잼버리도 망치고 전북도 망치고!', '죽은 잼버리에 쫓겨나는 축구' 등의 항의 걸개를 걸기도 했다. 가장 큰 상처는 축구 팬들은 고려하지 않은 채 모든 상황이 돌아가는 현실이다.
상황은 더 복잡해졌다. 태풍 '카눈'이 한반도에 북상할 것으로 전망되자 잼버리 대원들이 영지를 떠나기로 했다. K팝 콘서트도 서울상암월드컵경기장 등으로 옮기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6일 오전에 전북과 인천에 '경기 연기' 공문을 보냈다. K팝 콘서트 장소가 바뀔 수 있다고 해서 그 부분도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어떻게 정리되든 모두가 피해자가 된 씁쓸한 현실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전주=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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