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최고 기온 30도를 훌쩍 넘긴 20일 대구 라이온즈파크.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른 이날 삼성 라이온즈의 토종 에이스 원태인은 KIA 타이거즈 타선을 상대로 초반 순항했다. 1회초 1사후 최원준에 첫 안타를 내줬으나, 번개 같은 견제 동작으로 주자를 잡아내면서 홈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2사후 나성범에 안타를 내줬지만, 삼진으로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채우고 내려왔다. 2회초엔 세 타자를 차례로 범타 처리하면서 삼자 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변수가 생겼다. 3회초 투구를 위해 마운드에 오른 순간, 갑자기 폭우가 쏟아붓기 시작했다. 심판진이 경기 중단을 선언한 가운데, 그라운드보다 낮은 높이로 설계된 1, 3루 익사이팅석엔 발목까지 물에 잠길 정도로 많은 비가 쏟아졌다.
천둥까지 치며 맹렬하게 퍼붓던 비는 30여분 만에 언제 그랬냐는 듯 그쳤다. 그러나 이미 그라운드 곳곳엔 물웅덩이가 만들어진 상태. 라이온즈파크의 뛰어난 배수 시설을 바탕으로 물은 조금씩 빠지기 시작했고, 그라운드 키퍼들도 분주하게 움직이면서 중단된 경기는 88분 만에 재개됐다.
그런데 원태인이 이상했다. 마운드에 오른 원태인은 KIA 김태군을 상대로 일명 '아리랑 볼'을 던지기 시작했다. 95㎞ 초구에 이어 두 번째 공은 78㎞가 찍혔다. 투수 땅볼이 된 세 번째 공도 93㎞에 머물렀다. 원태인 스스로도 아웃카운트를 잡은 뒤 멋쩍은 듯 입을 글러브로 가린 채 눈웃음을 짓기도. 원태인이 첫 아웃카운트를 잡은 직후, 삼성 벤치는 그를 불러들이고 김대우를 마운드에 올렸다.
야구규칙 5조 10항 '선수 교체-마운드 방문'에 따르면 '이미 경기에 출장하고 있는 투수가 이닝의 처음에 파울 라인을 넘어서면 그 투수는 첫 번째 타자가 아웃이 되거나 1루에 나갈 때까지 투구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우천 중단 시점에서 원태인은 3회초 투구를 위해 파울 라인을 넘어 마운드에 올라 타자 김태군과 마주한 상태였다. 결국 김태군 타석까진 투구를 완료해야 마운드를 내려올 수 있었던 것이다.
경기 재개에 앞서 삼성 박진만 감독은 주심과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포착됐다. 원태인의 교체 가능 여부에 대해 문의한 것으로 풀이된다. 1시간 넘는 경기 중단 탓에 이미 어깨가 식은 상태에서 다시 140㎞가 넘는 강속구를 던졌다간 부상할 수도 있었기에, 원태인은 불가피하게 '아리랑 볼'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대구=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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