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결과에 촉각을 세우는 두 팀이 있다. 8위 한화 이글스와 9위 삼성 라이온즈다. 히어로즈가 흔들리던 전반기 중후반부터 그랬지만, 가을야구를 포기한 뒤 히어로즈 공포증이 생겼다. 히어로즈에 밀려 꼴찌를 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 '히어로즈 포비아'다.
지난 해까지 3년 연속 꼴찌를 한 한화도, 1982년 출범 후 한 번도 꼴찌를 경험하지 못한 삼성도 비슷한 처지다. 어느 해보다 올해는 꼴찌가 두렵다.
사실 두 팀 모두 최근 몇년 간 히어로즈보다 못했다. 지난 7년간 한화, 삼성이 히어로즈에 앞선 시즌은 각각 1번이다. 한화가 11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나간 2018년, 삼성이 3위로 페넌트레이스를 마친 2021년이다.
선수 잘 뽑아 야무지게 야구 잘해 온 히어로즈가 두 팀보다 우위에 있었다. 든든한 모기업을 둔 기업구단으로서 자존심 상할만한 일이지만 감내할 수 있었다.
오랫동안 침체기를 겪은 한화는 방향성을 두고 혼선이 있었다. 삼성은 성적 우선주의에서 탈피해 새 길을 모색했지만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두 팀은 일시적으로 끝났지만 반쩍 성적도 냈다. 미래를 밝힐 유망주도 나왔다.
그러나 한국적인 현실에서 당장 성적 부진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팀은 없다. 특히 투타의 핵심전력이 빠진, 전략적인 선택을 한 히어로즈에 밀려 꼴찌를 한다면 말이다.
꼴찌가 익숙한 한화는 올해를 재도약의 출발점으로 잡았다. 4년 연속 최하위까지 수용하긴 어
렵다. '꼴찌 라이온즈'를 그룹차원에서 용납할 수 있을까. 그룹 최고위층의 관심이 식었다고 해도 사상 첫 꼴찌는 임계점을 넘어서는 것이다.
지난 해 한국시리즈에서 히어로즈는 SSG 랜더스를 상대로 선전했다. 사실상 결과가 나와있는 시리즈에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최고투수 안우진, 최고타자 이정후를 양팔에 끼고 올 시즌 우승을 노렸다. 이례적으로 외부 FA(자유계약선수)를 영입하고 전력을 끌어모았다. 시즌이 끝나면 메이저리그행을 계획하고 있는 이정후가 있을 때가 첫 우승의 호기라고 봤다.
계획대로, 기대대로 안 풀렸다. 타선 침체가 심각했다. 이정후의 극심한 부진과 맞물렸다. 어렵게 페이스를 끌어올린 이정후까지 부상으로 시즌아웃됐다. 빈틈을 채웠다고 생각했는데 구상과 다른 그림이 나왔다.
5강 싸움이 어렵다고 판단한 히어로즈는 빠르게 전환했다. 주축 선발투수 최원태를 LG 트윈스로 트레이드했다. 투타 유망주 2명과 신인 지명권을 받았다. 지금까지 KBO리그에서 볼 수 없었던 방식으로 내년 시즌을 준비한다.
시즌 포기선언과 같은 최원태 트레이드 후 히어로즈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7월 말부터 8월초에 걸쳐 9연패를 했다. 9연패를 끊은 뒤 또 4연패를 했다. 이 기간에 14경기에서 1승을 건졌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다.
그런데 히어로즈는 다른 9개 구단과 DNA가 다른 팀이다. 최하위권 전력으로 쪼그라든 건 맞지만 만만하게만 볼 수 없다.
추락을 거듭하던 히어로즈가 지난 주말 롯데 자이언츠를 '멘붕'으로 몰아넣었다. 3연전 스윕을 하면서 한화, 삼성을 화들짝 놀라게 했다. 한화는 KT 위즈와 3연전에서 1승2패, 삼성은 KIA 타이거즈에 2승1패를 했다.
21일 현재 한화가 히어로즈에 2.5경기, 삼성 1.5경기 앞서있다. 한화가 41경기, 삼성이 38경기, 히어로즈가 31경기 남았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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