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삼성 라이온즈 거포 오재일에게 2023 시즌은 지우고 싶은 한해다.
전반기 내내 타격감을 완전히 찾지 못했다. 햄스트링 부상까지 당했다. 여러모로 힘겨운 시즌.
그러다보니 86경기를 치른 3일 현재 타율이 1할9푼8리다. 2015년 중심타자로 거듭난 이후 단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낯선 수치. 힘든 시간을 묵묵히 땀을 흘리며 견뎌냈다. 그 땀의 대가가 서서히 찾아오고 있다. 완연한 회복세다.
힘겨운 시즌을 치르다보니 모든 지표가 좋지 않다. 시즌 타율 뿐 아니라 득점권 타율도 2할2푼1리에 불과하다.
단, 딱 하나 눈에 확 띄는 수치가 있다. 주자 만루 시 타율이다.
12타석 황금찬스에서 11타수6안타(0.545)에 무려 19타점을 쓸어담았다. 자신의 시즌 타점 45점 중 42%가 만루 찬스에서 이뤄졌다. 6안타 중 2번이 만루 홈런, 2루타가 두차례다. 이러니 타점이 많을 수 밖에 없다.
두 차례의 만루홈런이 모두 경기 막판 극적인 역전포였다.
4월27일 대구 두산전 3-6으로 뒤지던 7회말 정철원을 상대로 우중월 그랜드슬램을 날리며 7대6 역전승을 이끌어냈다. 8월26일 대구 키움전에서도 2-5로 뒤진 8회말, 무사 만루에서 교체 출전해 이명종의 2구째를 당겨 우중월 만루홈런을 날렸다. 삼성은 6대5 짜릿한 8회말 역전승을 거뒀다.
만루의 사나이 오재일. 또 한번 홈팬들을 열광시켰다. 3경기 연속 불펜데이로 3연패 중이던 3일 대구 NC전 0-1로 뒤진 4회말.
삼성은 무사 1,3루에서 대타 류지혁의 적시타로 1-1 동점을 만들었다.
계속된 1,2루서 김현준과 김성윤의 연속 안타로 3-1 역전. 피렐라가 볼넷을 고르며 베이스를 가득 채웠다.
1사 만루에서 오재일은 3B1S의 타자 카운트에서 이용준의 143㎞ 직구를 당겨 우익선상에 떨어뜨렸다. 싹쓸이 3타점 적시 2루타. 선발 마운드에 에이스 데이비드 뷰캐넌이 서 있었음을 감안하면 6-1로 쐐기를 박는 한방이었다.
2회 첫 타석에서도 우전안타를 기록했던 오재일은 이날 5타수2안타 3타점 활약으로 6대1 승리를 이끌었다. 확실하게 타격감을 되찾은 모습.
오재일은 경기 후 중계 방송사 인터뷰에서 "2주 전 연습을 하다 '이 느낌인가' 하는 좋은 타구가 나오면서 '이대로 그냥 치면 되겠다'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요즘 좋은 타구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동안 힘이 들어가면서 배트가 돌아나오는 것 같았다. 그냥 컨택한다는 느낌으로 가볍게 중심에만 맞힌다고 생각하니까 배트가 잘 빠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감각이 괜찮아서 앞으로 좋은 타구 많이 나올 것 같다. 요즘은 중심에 맞는 좋은 타구가 나오기 때문에 언제든 어느 카운트에서든 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만루의 사나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만루에 강한 건 아니고 찬스라 어떻게든 내가 해결한다고 생각하면서 자신 있게 타석에 들어서는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해결사의 귀환. 불완전 선발진으로 다음주 7연전을 치러야 하는 삼성으로선 믿을 구석이자, 천군만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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