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나는 희생양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제이든 산초가 지난 4일,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의 일부다. 산초는 자신이 억울하게 희생됐다며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산초를 피해자로 만든 '가해자'는 누구일까. 산초가 저격한 대상은 바로 팀의 수장인 에릭 텐 하흐 감독이었다. 텐 하흐 감독은 당시 아스널전에 산초를 명단에서 제외한 이유에 관해 "산초가 훈련 때 수준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는데, 산초가 이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었다. 엄청난 항명사태의 시작이었다.
그런데 엄청난 화제가 됐던 '산초 항명사태'가 열흘 만에 정리되는 분위기다. 당연히 산초의 완패다. 감독의 선수 기용권한과 평가에 대해 반기를 들었으니 팀내에서 제대로 뛸 수 있을 리 없다. 그렇다고 당장 팀을 떠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적시장이 종료됐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알 이티파크가 산초를 임대로 영입하려 했지만, 맨유가 내년 여름에 완전 영입 조건을 걸자 곧바로 철수했다. 전 소속팀인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도 산초를 데려갈 수 있다고 했지만, 아무리 빨라도 내년 1월이나 돼야 움직일 수 있다. 즉, 산초는 앞으로 최소 4개월 동안은 자신이 물의를 일으킨 팀에서 지내야 하는 처지다.
뒤늦게 이런 상황을 파악한 것일까. 산초가 조용히 '항명사태'의 시발점이 된 SNS 글을 삭제한 것이 드러났다. 영국 매체 데일리스타는 13일(한국시각) '산초가 자신이 희생양이라고 쓴 글을 삭제하면서 맨유 항명사태가 새 국면을 맞게 됐다'고 보도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 듯 하다. 여러 정황이 산초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강력한 리더십을 지닌 텐 하흐 감독은 '저격글' 따위에 흔들리지 않는다. 그는 원칙주의자다. 특정 개인을 위한 배려 따위는 하지 않고, 철저히 원칙에 의해 움직인다. 심지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게도 그렇게 대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맨유 선수들은 텐 하흐를 따른다. 산초의 반항이 전혀 호응을 얻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심지어 맨유 동료들은 오히려 산초를 싫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초는 어떻게든 '항명사태'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듯 하다. 글도 삭제했으니, 필요하다면 감독에게 직접 찾아가 사과하는 이벤트도 벌일 수 있을 듯 하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원칙주의자' 텐 하흐 감독이 산초에 대한 평가를 수정하게 될 지는 미지수다. 이미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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