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두 명의 수정이 두 배의 시너지로 매력을 배가했다. 대환장 막장, 혼종 치정극마저 적재적소 열연으로 제맛을 살린 (임)수정과 (정)수정이 '대배우' 송강호 못지않은 존재감으로 추석 극장을 겨냥했다.
임수정과 정수정은 추석 명절을 앞둔 오는 27일 개봉하는 블랙 코미디 영화 '거미집'(김지운 감독, 앤솔로지 스튜디오·바른손 스튜디오 제작)으로 스크린에 컴백했다.
'거미집'은 1970년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을 다시 찍으면 더 좋아질 거라는 강박에 빠진 감독이 검열당국의 방해와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악조건 속에서 촬영을 감행하면서 벌어지는 처절하고 웃픈 일들을 그린 영화다. 한국 영화가 방화로 불리고 서슬 퍼런 대본 검열을 통과해야 영화를 찍을 수 있었던 70년대 유신 시절을 배경으로 한 풍자극 '거미집'은 영화 속 영화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기존의 장르 영화와 전혀 다른 신선함을 자아낸다.
특히 '거미집'은 앙상블의 정수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는 추석 대작이다. '거미집'의 중심인 감독 김열을 연기한 송강호는 이름값이 아깝지 않은 명품 연기를 선보였고 송강호이상의 존재감을 드러낸 임수정과 정수정의 활약도 '거미집'의 백미 중의 백미다.
'거미집'에서 재촬영에 나선 영화 '거미집'에 출연하는 베테랑 배우 이민자 역을 맡은 임수정과, 떠오르는 스타로 이민자와 함께 '거미집'을 이끄는 한유림으로 열연을 펼친 정수정. 임수정과 정수정은 '거미집' 속 영화인 '거미집'의 주인공을 맡은 배우로 열연을 펼치는데, 1970년대 고전 배우 특유의 발성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거미집'과 또 다른 '거미집'의 이중 스토리 혼란을 잠재운다.
먼저 한국 스릴러 공포 영화의 바이블로 등극하며 많은 사랑을 받은 '장화, 홍련'(03) 이후 김지운 감독과 '거미집'으로 20년 만에 재회한 임수정은 베테랑 배우답게 아수라장 현장에서도 진지하게 촬영에 임하는 이민자로 관객의 눈도장을 찍는다.
영화 속 영화인 '거미집'에서는 극 중 공장 사장 강호세(오정세)의 부인으로 남편의 외도에 순종적인 아내로 등판하지만 재촬영 대본에서는 운명에 맞서 잔인한 복수를 계획하는 적극적인 여성으로 바뀌면서 두 가지 반전 매력을 선보인다. 코믹했다가 섬뜩해지고 또 처연했다가 광기를 폭발하는 다중적 캐릭터를 임수정만의 매력으로 소화했다.
선배 임수정에 이어 '거미집'의 막내 정수정의 당돌한 열연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앞서 임산부로 열연을 펼친 '애비규환'(20, 최하나 감독)을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은 정수정은 '거미집'으로 필모 최고의 전성기를 맞았다.
'거미집'에서 하루면 된다는 조감독의 거짓말에 속아서 촬영에 임했다가 빠져나갈 궁리만 하는 스타 한유림으로 변신한 정수정. 떠오르는 스타인만큼 남배우와 화려한 스캔들을 보유한 것은 물론 김열 감독에게 하고 싶은 말을 거침없이 하고 기라성 같은 선배들 사이에서도 기죽지 않는 당당함으로 캐릭터를 빛냈다. 스캔들의 상대인 강호세를 향한 히스테리와 김열 감독을 향한 날 선 예민함을 펼치며 '거미집'의 웃음 코드를 제대로 담당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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