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중국)=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막내형' 이강인(22)의 리더십은 위기 때 더 빛났다.
이강인은 21일 오후 중국 항저우 샤오산 국제공항을 통해 결전지에 입성했다. 전 세계의 관심이 모아졌다. 공항은 일찌감치 팬들의 발걸음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강인이 '올 블랙' 차림으로 모습을 드러내자 환호성은 극에 달했다. 국내외 팬은 물론, 자원봉사자들까지 "이강인"을 연호하며 환호했다.
뜨거운 환호성은 자칫 아찔한 사고를 유발할 뻔했다. 일부 팬이 가이드라인을 깨고 이강인에게 다가가 사인을 요청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강인은 물론이고 주변에 있던 사람들까지 밀려 넘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강인은 침착하게 대응했다. 일단 멈춰서서 잠시 상황을 안정시킨 뒤 현장을 빠져나갔다. 그는 마지막까지 사인을 요청하며 따라오는 팬을 위해선 특별히 시간을 내기도 했다.
위기 상황을 침착하게 넘긴 이강인은 곧바로 '황선홍호'에 합류했다. 그는 21일 중국 저장성의 항저우 진화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태국의 항저우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조별리그 E조 2차전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경기 시작 40분 전인 7시50분쯤 이강인이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줄지어 입장하는 선수단 맨 뒤에 선 이강인은 '절친' 조영욱(김천 상무) 송민규(전북 현대)와 대화하며 잔디에 발을 디뎠다. 다만, 이강인은 컨디션 조절을 위해 이날 경기에는 나서지 않았다. 대신 벤치에 앉아 황 감독과 15분 가량 단독 미팅을 했다. 황 감독은 두 손을 써가며 이번 대표팀의 전술과 이강인의 역할에 관해 얘기를 나누는 것처럼 보였다. 이강인은 피곤한지 눈을 비비면서도 황 감독의 말을 경청했다.
이강인은 이번 대회 '키 플레이어'다. 그는 연령별 대표팀 시절부터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2019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한국의 사상 첫 준우승을 이끌었다. 그는 월반을 거듭하며 두 살 많은 형들과 대회를 치렀다.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그의 이름 앞에 '막내형'이란 수식어가 붙었다. 이강인은 대회 최우수선수(MVP)격인 골든볼도 거머쥐었다.
이강인은 그동안 자신을 둘러싼 물음표를 실력으로 바꿔놓았다. 그는 발렌시아에서 제대로 된 기회를 잡지 못했다. 오히려 왕따 논란에 휩싸였다. 이강인은 이번에도 실력으로 이겨냈다. 그는 10년 정든 발렌시아를 떠나 레알 마요르카로 떠났다. 적응을 마친 이강인은 2022~2023시즌 폭발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36경기(선발 33회)에서 2840분을 소화했다. 6골-6도움을 기록하며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스페인 무대 두 자릿수 득점 포인트를 달성했다. 그는 뜨거운 러브콜 속 파리생제르맹(PSG)에 입성했다.
황 감독은 이강인을 일찌감치 항저우 대표팀 에이스로 낙점했다. 관건은 이강인의 합류 시점이었다. 이강인은 부상으로 한동안 재활했다. 또한, PSG와의 조율이 필요했다. 대한축구협회와 PSG는 기나긴 협상 끝 뒤늦게 이강인의 합류 일정을 확정했다. 축구협회는 15일 "이강인의 소속팀 PSG와 협의 결과 이강인이 20일 도르트문트와의 유럽챔피언스리그(UCL) 홈 경기 종료 이후 아시안게임대표팀에 합류하는 것으로 14일 밤 최종 합의했다. 이강인은 20일 중국 항저우로 이동, 아시안게임대표팀에 합류할 예정"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다행히도 이강인은 긍정적인 몸상태로 합류했다. 그는 부상을 털고 20일 프랑스 파리의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열린 도르트문트와의 2023~2024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F조 1차전에 모습을 드러냈다.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한 이강인은 후반 32분 그라운드를 밟았다. 패스 성공률 100%를 선보였다. PSG는 2대0으로 승리했다.
이강인은 21일 입국 당시 "형들과 친구들, 저보다 어린 친구들과 좋은 결과를 꼭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부상 부위 상태에 대한 질문엔 "비밀이에요"라며 긍정 시그널을 보냈다. 황 감독은 2차전 뒤 "최종 목표는 분명하다. 이강인과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에 대한 의견을 공유했다. 내가 가진 생각은 있지만 선수들이 생각하는 부분도 있다. 이강인을 비롯한 다른 선수들과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 접점이 많았다. 우리 팀원들과 코칭스태프와 교감을 통해 더 강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강인의 향후 활용 방안에 대해선 "컨디션을 확인해야 한다. 이강인 출전에 대해 이른 감이 있다. 여러가지를 고려해서 선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24일 바레인과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른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축구 대표팀은 사상 첫 3연속 금메달에 도전한다. 한국은 2014년 인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항저우(중국)=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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