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중국)=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내가 가는 길이 곧 길이 된다.'
천부적인 기량으로 세상을 놀라게 한 15살 어린 소녀가 어느덧 베테랑이 되어 기념비적인 대기록 달성을 앞두고 있다.
항저우아시안게임 여자축구 대표팀에 발탁된 '지메시' 지소연(32·수원FC 위민)은 22일 오후 8시30분(한국시각) 중국 위저우 스포츠센터스타디움에서 열리는 미얀마와 조별리그 E조 1차전 출격을 준비한다. 이날 경기에 출전할 경우, A매치 개인통산 출전 기록이 149경기로 늘어난다. 25일 같은 경기장에서 열리는 필리핀과 2차전, 늦어도 28일 홍콩과 3차전을 통해 여자축구 대표팀 최초 150경기 출전 금자탑을 쌓는다. 여자축구가 남자축구에 비해 A매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덜 엄격하지만, 150경기가 상징하는 바는 분명하다. 참고로 국내 남자 A매치 최다 출전은 136경기를 뛴 '차붐' 차범근이다. 현역선수 중에선 '클린스만호 주장' 손흥민(토트넘)이 112경기로 가장 많다.
지소연은 대표팀 동료인 조소현(35·버밍엄시티)과 2인3각 달리기를 하듯이 나란히 A매치 경기수를 하나씩 늘려나갔다. 지난 여름에 열린 2023년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까지 나란히 A매치 148경기를 뛰어 공동 1위를 달렸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지소연이 한 발 앞서나갔다. 콜린 벨 여자대표팀 감독이 이번 아시안게임에 순수 국내파로 스쿼드를 꾸리면서 버밍엄으로 이적한 조소현 등 해외파 전원 불참했다. 지소연은 이민아(31·현대제철), 박은선(36·서울시청) 등과 함께 대회를 준비했다. 현재 부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화려한 커리어의 시작은 2006년 10월30일이었다. 당시 지소연은 15살의 나이로 피스퀸컵 브라질전에 데뷔전을 치러 현란한 발재간을 뽐냈다. 팀도 FIFA 랭킹 4위를 상대로 1대0으로 깜짝 승리해 큰 화제가 됐다. 지소연은 2010년 FIFA U-20 여자월드컵에서 한국을 3위에 올려놓으며 실버볼과 실버슈를 수상했다. 세계 정상급 팀을 상대로도 통할 수 있는 실력을 보여주며 여자 축구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지소연은 최연소 데뷔를 비롯해 최연소 득점(15세282일), 최다 득점(현재 67골) 등 여자 대표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 2014년 한국 여자선수 최초로 잉글랜드 무대에 진출한 것도 지소연이었다. 지소연은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첼시위민에서 활약하다 지난해 수원FC에 새 둥지를 틀었다.
지소연의 커리어는 어느덧 후반전 중반을 넘어섰다. 그는 지난 2월 영국 런던에서 진행한 본지와 인터뷰에서 "다다음 월드컵(2027년) 때 내 나이 서른여섯이 되고, 대표팀 20년차가 된다. 그때 (리오넬 메시처럼)'라스트댄스'를 추면 아름다운 마무리가 되지 않을까"라고 앞으로 4년간 마지막 불꽃을 태우겠다고 말했다. 우선은 호주-뉴질랜드 월드컵 실패의 아쉬움을 딛고 눈앞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위해 사력을 다한다는 각오다. 항저우 입국 전 "항저우에서 월드컵 아픔을 씻겠다"고 밝혔다. 여자 대표팀은 아직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한 적이 없다. 지난 3번의 대회에서 모두 3위에 그쳤다. 항저우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기 위해선 일본, 북한의 벽을 넘어야 한다. 지난 17년간 그랬듯이, 이번에도 지소연의 어깨가 무겁다.
항저우(중국)=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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