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전, 단체전 모두 금메달을 따서 대한민국 펜싱의 위상을 보여드리도록 하겠다."
'여자 에페 에이스' 최인정(33·계룡시청·세계 19위)과 송세라(30·부산광역시청·세계 5위)가 항저우 약속을 지켰다. 항저우아시안게임 펜싱 경기 첫날 금, 은메달을 휩쓸며 '펜싱코리아'의 위용을 입증했다.
최인정과 송세라는 중국 저장성 항저우 전자대 체육관에서 열린 항저우아시안게임 펜싱 여자에페 결승에서 격돌했다. 절친 선후배의 한솥밥 대결, 한치 양보도 없었다. 3-3, 4-4, 5-5…, 8-8까지 팽팽하고 수준 높은 진검승부가 이어졌다. 최인정이 9대8, 한끗차로 승리했다. 최인정이 금메달, 송세라가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강영미(광주 서구청), 최인정, 송세라, 이혜인(강원도청)으로 구성된 여자에페 대표팀은 '금둥이'라는 별명과 함께 역대 최강 팀워크를 자랑하는 펜싱코리아의 간판 종목이다. 2021년 도쿄올림픽 단체전 은메달에 이어 2022년 카이로세계선수권에서 송세라가 개인전에서 우승하고 단체전에서도 1위에 오르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이번 항저우아시안게임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시험대였다. 최근 홍콩, 중국 등 경쟁국 기량이 급상승했다. 송세라는 아킬레스건 부상에 시달렸다. '디펜딩 챔피언'으로 출전한 7월 밀라노세계선수권 개인전 9위에 그쳤다. 지난 시즌 세계랭킹 1위를 찍었던 베테랑 최인정 역시 고질적인 팔꿈치 부상으로 제 기량을 펼치지 못했다. 세계랭킹이 19위까지 떨어졌다. 지난 6월 우시아시아선수권 단체전에서 우승했지만 성에 차지 않았다. 하지만 스포츠계의 명언처럼 폼(form)은 일시적이었고, 클래스는 영원했다. 송세라는 '세계 챔피언'의 위엄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결승까지 가는 과정이 눈부셨다. 8강에서 밀라노세계선수권 동메달 '중국 에이스 쑨이웬(세계 9위)과 접전 끝에 14대12로 승리했다. 4강에선 우시아시아선수권 개인전 결승에서 쓰라린 패배를 안겼던 '홍콩 에이스' 비비안 콩(세계 2위)를 15대11로 돌려세우며 설욕과 동시에 결승행에 성공했다. 최인정 역시 월드클래스의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8강에서 카자흐스탄 울리야나 피스초바를 2피리어드만에 15대 7로 가볍게 꺾고 4강에 올랐다. 4강에서 우즈베키스탄 딜나즈 무르자다에바를 15대12로 꺾고 '한솥밥' 결승 대진을 완성시켰다. 최인정은 지난 시즌 세계랭킹 1위를 찍은 자타공인 대한민국 여자펜싱 에이스다. 2012년 런던올림픽 단체전, 2021년 도쿄올림픽 단체전에서 연거푸 은메달 기적을 이끈 자타공인 여자 에페의 역사다. 알고도 못막는 '엇박자' 펜싱으로 세계를 호령했다. 송세라는 서른의 나이에 첫 아시안게임 무대를 밟은 늦깎이 스타다. 1m64의 작은 키지만 누구보다 빠른 발을 지녔다. 작은 신장의 핸디캡을 훈련양으로 극복해낸 악바리 근성이 그녀를 정상으로 올려놓은 원동력이다. "김연경 선수의 정신력과 승부욕, 배구에 대한 열정을 보면서 동기부여를 얻는다"고 했었다.
한국 펜싱은 5년 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6개, 은메달 3개, 동메달 6개를 휩쓸며 효자종목 역할을 톡톡히 했다. 펜싱장에선 연일 애국가가 울려퍼졌었다. 항저우 피스트 첫날, 애국가를 울리는 데 성공했다. 첫 단추를 잘 끼웠다. 25일, 남자 사브르, 여자 플뢰레 개인전, 26일 남자 에페, 여자 사브르 개인전 등 '칼의 노래'가 이어진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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