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중국)=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26일 오후 중국 저장성 항저우사범대 장첸캠퍼스에 들어선 순간, 가장 먼저 접한 건 경기장을 가득메운 중국 관중들의 "짜요"(파이팅) 응원이었다. 항저우아시안게임 7인제 럭비 준결승 홍콩과 일본의 경기에서 홍콩을 응원하는 목소리였다.
뒤이어 열린 대한민국과 중국의 준결승전에선 응원 데시벨이 더 높아졌다. 개최국 중국은 마지막으로 홈에서 개최한 2010년 광저우대회 이후 13년만에 준결승 무대를 밟았다. 협회 차원에서 럭비에 대한 투자를 늘려 이번 대회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무엇보다 '홈경기'라는 이점은 무시할 수 없었다.
하지만 중국 관중의 '짜요' 응원은 경기 시작 59초만에 사실상 중단했다. 장용흥의 첫 트라이가 꽂힌 시간이다. 장용흥은 무서운 속도로 중국의 마크를 뚫고 상대 진영 트라이 라인을 가볍게 넘었다. 경기에 뛰는 중국 선수, 코치진, 관중들 모두 그 순간 이 경기의 양상이 어떻게 펼쳐질지 직감하지 않았을까.
경기 후 김찬주(고려대)는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박)완용이형이 경기에 들어가기 전 '중국팬들의 응원을 우리 응원이라고 생각하자고 말해줬다. 그래서인지 그런 소리가 딱히 부담스럽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은 3분 정연식의 2번째 트라이와 김남욱의 컨버전킥으로 점수차를 순식간에 12점으로 벌렸다. 멈추지 않고 정연식과 장용흥의 추가 득점이 터졌다. 전반 24-0으로 달아나며 사실상 승부를 조기에 결정지었다. 한국은 후반 12점을 더 추가하며 7점에 그친 중국을 36대7로 대파하고 결승에 올랐다.
김찬주는 "어제 이명근 감독님이 중국 영상 미팅을 하면서 원래 하던 거에서 바꿔서 해보자 했다. 경기장에서 그대로 했는데, 결과가 너무 잘 나왔다. 중국도 당황한 것 같다"며 변칙 전술로 거둔 완승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석에 한국 기자는 둘 뿐이었다. 나머지는 전부 중국 기자였다. 그중 한 녹색 티셔츠를 입은 한 중국 기자는 기자 옆자리에 선 채로 경기를 지켜봤다. 그는 중국이 허무하게 계속 실점을 내줄 때마다 기자석 테이블을 손으로 내리치며 분노했다. 후반전 막바지엔 반쯤 포기한 표정으로 앉아서 씩씩 거렸다.
경기를 마치고 경기장 내 기자 대기실에서 기사를 쓰는 기자에게 분노를 했던 그 기자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아 유 코리안?". 그러더니 "나는 중국의 경기에 너무 화가 난다. 준결승전 전까지 분위기가 좋았다. 하지만 한국을 상대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한국은 전략적으로 경기에 잘 접근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은 이날 오후 8시5분 같은 경기장에서 홍콩을 상대로 2002년 부산대회 이후 21년만에 금메달을 노린다. 디펜딩챔피언인 홍콩은 준결승에서 일본에 12대7로 역전승했다. 김찬주는 "처음부터 끝까지 열심히 뛰어서 국민 여러분의 응원에 꼭 승리로 보답해드리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항저우(중국)=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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