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중국)=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페이커' 이상혁(T1)이 또 하나의 우승 커리어를 쌓았다.
김정균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리그 오브 레전드(LOL) 대표팀은 지난 29일 열린 대만과의 항저우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세트점수 2대0으로 우승의 마침표를 찍었다. 이로써 한국은 이 부문 '초대 챔피언'에 이름을 올렸다.
압도적이었다. 한국은 그룹A 경기에서 홍콩과 카자흐스탄을 연달아 물리치며 8강에 올랐다. 8강에선 사우디아라비아를 가볍게 눌렀다. '사실상 결승'으로 불린 중국과의 4강에서도 2대0으로 완승했다.
이번 대회 한국의 핵심은 자타공인 이상혁이었다. 그는 데뷔 첫해인 2013년 국내대회와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서 우승했다. 이후 10년 동안 LoL 정상에 군림했다. T1 소속으로 2015년, 2016년 롤드컵 2연패를 일궜다. 2016년, 2017년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2연패 등 총 10번의 LCK 스플릿 우승 을 기록했다. 국내외 대회를 막론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우승컵을 차지했다.
문제는 그의 몸상태였다. 이상혁은 지난 7월 팔꿈치 터널 증후군으로 한 달가량 결장했다. 대회를 준비하면서 치료와 연습을 병행했다. 일각에선 이상혁을 무리하게 발탁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여기에 이상혁의 군 문제까지 묶어 물음표를 갖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병역혜택을 받기 위해 대표팀에 합류한 것이란 시선이었다. 이번 대회 금메달리스트에게는 병역혜택이 주어진다.
여기에는 비하인드가 있다. 이상혁 합류 여부는 한국e스포츠협회(KESPA)에서 객관적 지표를 가지고 선발하는 것이다. 이상혁은 경력, 현재의 경기력 등 지표 전반에 걸쳐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페이커'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감과 상징성도 긍정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 이상혁은 군 문제를 해결한 상태로 알려졌다. 이상혁에게 이번 대회 금메달 병역 혜택은 의미가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상혁은 태극마크의 무게를 겸허히 받아들였다. 부상으로 제외를 요청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 달 동안 이어진 합숙훈련에서 모범을 보였다. 맏형으로서 솔선수범했다. 그에게는 태극마크, 그리고 금메달의 명예가 더욱 간절했기 때문이다. 이상혁은 LOL이 시범종목으로 채택됐던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기록했다. 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금메달을 향한 간절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상혁은 대회 중 감기몸살까지 겹쳐 8강, 4강, 결승에는 뛰지 못했다. 그는 금메달을 확정한 뒤 "5년 전 은메달이었는데, 이렇게 금메달을 땄다는 게 신기하고 감동적이다. 진짜 이렇게 (시상대에)서는 날이 오는구나 하고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이 순간을 잊지 못할 것 같다. 지금은 모든 게 다 꿈 같다. 가족들은 내가 출전하는 것을 보고 싶어했을 것 같다. 아쉽게 출전하지 못했지만 팀이 우승했으니 그걸로 만족한다. 팀원들은 내 조언이 필요없을 정도로 잘한다. 나는 그냥 응원 정도만 해줬다. 내가 큰 기여를 하지 않아도 잘해주는 팀원들이 있어 우승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항저우(중국)=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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