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중국)=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11타수 만에 안타 맛을 봤다. 하지만 강백호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자타공인 류중일호의 4번타자다. 이정후마저 부상으로 빠진 지금, 팀의 중심이자 4번타자로서의 입지가 확고했다. 막내 아닌 중견 선수로서 팀을 이끌어야하는 위치였다.
부담감이 너무 컸을까. 아시안게임 개막 이후 좀처럼 침묵을 깨지 못했다. 홍콩을 상대로 4타수 무안타 3삼진의 굴욕을 당했고, 대만전에서도 4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다. 특히 노시환이 2루타로 출루한 8회초 2사 2루, 마지막 득점 찬스에도 내야 땅볼로 물러났다. 두 경기 모두 첫 타석 잘 맞은 타구가 상대 수비에 걸리면서 흐름이 꼬였다.
예선통과팀 태국에게도 첫 타석 삼진, 두번째 타석 외야 뜬공으로 물러났다. 그래도 더그아웃에서 동료들의 맹타에 애써 미소를 보이던 그다. 3번째 타석에선 볼넷으로 아시안게임 첫 출루를 이뤘다. 이어 10-0으로 앞선 4회말 무사 2,3루에서 2타점 적시타를 치며 마침내 첫 안타를 신고했다. 3일 태국전 17대0, 5회 콜드게임승을 거들었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강백호는 "동료 선수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내가 막내가 아닌 주축 선수로 나온 만큼 무게감이 있고, 4번타자라서 책임감도 남다르다. 그런데 어린 선수들에게 큰 짐을 줬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초췌해진 얼굴에 마음 고생이 그대로 드러났다.
결국 류중일 감독은 강백호의 타순을 6번으로 조정해 부담을 덜어줬다. 그 결과 첫 안타의 기쁨을 맛봤다. 3번으로 올라선 윤동희는 홈런 포함 3타수 2안타 3타점을 올리며 좋은 타격감을 과시했고, 노시환도 2타수 2안타 2타점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강백호는 "대만전에서 준비했던 만큼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해 아쉽다. 아직 기회가 남아있다. 남은 경기에서 더 좋은 모습, 국민 여러분께서 응원해주시는 만큼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첫 안타에 대해서는 "마지막 타석에서 운이 좋았다. 앞으로 더 중요한 경기에서 팀에 보탬이 되겠다. 동료들의 격려, 중국까지 와서 응원해주신 팬들의 목소리도 큰 힘이 됐다"고 감사를 표했다.
이날 한국은 태국, 대만은 홍콩을 상대로 각각 콜드승을 거뒀다. 대만이 조 1위, 한국이 2위로 슈퍼라운드 진출이 확정됐다.
슈퍼라운드는 A,B조 1-2위가 모여 경기를 치른 뒤 상위 2개팀이 결승전, 나머지 2개 팀이 3~4위전을 치른다. 조별리그에서 맞붙었던 팀의 순위는 추가 경기 없이 슈퍼라운드에 이어진다. 한국은 1패, 대만은 1승을 안고 라운드에 돌입하는 셈이다.
한국은 슈퍼라운드에서 중국과 일본을 모두 꺾고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처지다.
대만이 일본을 잡아 대만과의 결승전에 진출하기를 기도해야 하는 처지다. 만약, 한국이 슈퍼라운드 전승을 하고, 일본이 대만을 이기면 3팀이 나란히 4승1패가 돼 팀간 득실점을 따져 결승전 진출 여부를 가리게 된다. 따라서 일본전에서 최대한 많은 점수 차로 이겨야 한다.
늦게 시동을 걸었지만 실망은 이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우승을 이끈 대표팀 4번 타자 이승엽(현 두산 감독)은 극심한 슬럼프를 딛고 대표팀 김경문 감독의 뚝심 있는 믿음 속에 4강 한일전 8회 역전 결승홈런포로 전승 우승의 금자탑을 쌓았다. 강백호에게는 슈퍼라운드 한일전과 결승전이 남아 있다. 몸이 덜 풀린 대회 초반, 일시적 부진에 크게 조바심 낼 필요는 없다. 모두에게 어제보다 내일이 중요하다.
강백호는 "결승전에 꼭 가야 한다. 마지막에는 우리가 웃을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 앞선 경기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대만에 복수하러 가자'는 덕담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항저우(중국)=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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