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같아선 매번 잘하고 싶은데 안 좋은 상황이 맞물렸다. 사실 올스타전 때도 몸 상태가 좋은 건 아니었다."
한화 이글스의 중심타자 채은성(33)은 시즌 내내 무거운 짐을 지고 경기에 나서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드라마 '무빙'에서 비행능력을 지닌 '봉석'처럼 말이다. 모두가 그를 바라봤다. 한화가 6년 90억원에 영입한 특급 FA(자유계약선수)의 숙명이다.
전반기 74경기에서 타율 2할9푼1리(289타수 84안타), 11홈런, 47타점을 올렸다. 사실상 노시환과 둘이서 타선을 이끌었다. 올스타전에 나가 홈런더비 1위를 하고, MVP를 수상했다. 채은성이 합류해 팀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했다. 그는 젊은 야수들의 '롤 모델'이 됐다.
그런데 올스타전 이후 페이스가 가라앉았다. 올스타전이 끝나고 8월까지 타율 2할2푼9리를 기록했다. 전반기의 채은성과 차이가 컸다. 타선도 힘이 빠졌다.
햄 스트링이 계속 안 좋았다. 타격 때도 통증이 있긴 했는데, 계속 안 좋아졌다. 그는 부진 원인을 설명하면서, 변명처럼 들릴 수 있기에 조심스러워 했다. "(통증을)의식을 하게 되더라. 잘 안 되고 잘 안 풀리는 상황이 이어졌다. 이겨내지 못했다.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치른다는 게 어렵하고 해도, 잘 헤쳐나가지 못했다"고 했다.
외국인 타자의 부진이 부담을 가중시켰을 것이다.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힘이 들 수밖에 없었다.
"야구는 어디서 하나 똑같다고 하는데, 팀을 옮겨 첫 시즌을 보냈다. 달라진 환경에 잘 적응하
지 못한 것 같다. 좋은 경험을 많이 했고 앞으로 야구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페넌트레이스 종료를 앞둔 10월, 한화는 삼성과 8위 싸움을 벌이고 있다. 3년 연속 꼴찌를 한 한화에겐 승리 하나가 소중하다. 중요한 시기에 주축타자 채은성이 힘을 낸다.
1~2일 NC 다이노스와 대전 2연전과 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 한화가 3경기를 모두 잡았다. 삼성에 밀려 9위로 떨어지고, 꼴찌 공포증이 살아나려고 하던 시점에 3연승을 올렸다. 채은성은 이 3경기에서 2홈런을 포함해 7안타를 치고 6타점을 올렸다. 항저우아시안게임 대표팀으로 간 노시환의 공백을 잊게 했다.
지난 10경기에서 3할을 쳤다. 10경기 중 6경기에서 안타를 때렸다. 5경기는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지난 2일 NC전에선 2홈런을 터트렸다.
4일 현재 22홈런, 81타점. 2018년 25개를 치고 5년 만에 20홈런을 넘겼다. 그는 "팀 승리에 도움이 되는 타점은 생각했지만, 홈런수를 의식해본 적은 없다"고 했다.
전 소속팀 LG가 3일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했다.
"지난 해까지 LG에서 우승을 위해 노력했는데 밖에서 보니까 느낌이 이상하더라. 고생한 옛 동료들에게 축하전화를 했다. 이제 한화에서 가을야구를 하고 싶다."
9경기 남았다. 시즌이 끝나가지만 내년에도 야구는 계속된다.
"예전에 선배들이 나한테 그랬던것처럼 안타까운 마음에 후배들에게 잔소리를 많이 한다. 다들 잘하고자하는 마음을 갖고 있고 야구를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다. 우리팀은 앞으도 더 좋아질 팀이다."
대구=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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