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중국)=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후…그렇죠? 제가 국제대회에서 좋지 않은 모습을 많이 보여서…"
순간 현장에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KBO리그를 책임질 차세대 슈퍼스타, 그만큼 고교 시절부터 콧대 높던 남자.
하지만 프로 입단 후 우여곡절에 봉착했다. 함께 메이저리그를 꿈꾸던 이정후는 큰 부상에도 내년 미국 도전이 현실인데, 자신은 거듭된 퇴보 속 팀내 입지마저 불안정하다.
강백호(KT 위즈)가 순간 울컥한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몇초의 시간이 필요했다.
강백호는 6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슈퍼라운드 중국전에서 솔로포 포함 3안타를 터뜨리며 한국 대표팀의 8대1 승리를 이끌었다. 앞선 타석에서도 안타 후 김주원의 홈런 때 홈을 밟았고, 볼넷도 하나 기록하며 이날 4출루를 달성했다.
지난 2일 대만전 패배는 한국 대표팀에겐 좋은 약이 됐다. 쏟아지는 회초리 속 전열을 가다듬은 한국은 이후 태국, 일본, 중국을 차례로 꺾으며 기어코 결승전에 올랐다. 가시밭길, 경우의수를 모두 뚫어냈다. 이젠 정말 마지막 결승전, 악몽 같았던 대만과의 재대결에서 이기는 일만 남았다.
강백호는 "컨디션이 많이 떨어져있었는데, 우리 선수들이 정말 좋은 경기 결과를 보여줬다. 내 부담도 덜어줬다. 정말 고맙다"는 속내를 토해냈다. "남은 한 경기 국가대표로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는 다짐도 덧붙였다.
앞서 좋은 타구를 날리고도 상대 호수비에 걸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날은 담장 너머로 날려보내기도 하고, 빗맞은 타구가 행운의 안타로 이어지기도 했다. 강백호는 "지난 경기들은 많이 아쉬웠는데, 오늘 괜찮아진 것 같다. 첫 타석도 잘 맞은 타구였고, 두번째 타석도 괜찮았다. 내일 경기가 기대된다"고 했다.
대만과의 결승전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강백호는 2019 프리미어12 이래 벌써 4번째 태극마크를 단 국가대표 베테랑이다.
그는 "국제대회에서는 항상 컨디션보다는 그날의 분위기, 우리 선수들의 책임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늘 나는 첫 타석이 잘 풀려서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대만에 좋은 투수들이 많다. 하지만 (지난 경기와 달리)우리 선수들의 경기 감각이 많이 올라와서 충분히 공략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마 내일은 좀더 타이트한 경기가 될 텐데, 결국 오늘처럼 초반 선취점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먼저 점수를 내면 우리 투수들이 충분히 막아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전 (타자로서)집중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강백호의 말은 '팬들의 기대감을 그동안 국제대회서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질문에 순간 끊겼다. 그답지 않게 말을 잇지 못했다.
잠시 후 한숨을 내쉰 강백호는 "국제대회에서 좀 좋지 않은 모습을 많이 보여드려서 좀 항상 부담감을 안고 한다. 이번 대회만큼은 정말 기대해 주시는 만큼 더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고 집중했다. 그러다보니 한경기 한경기가 되게 어려웠다"면서 "정말 중요한 경기가 내일 하나 남았다. 잘하든 못하든 모든 선수들이 좀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홈런은 강백호가 프리미어12, 도쿄올림픽, WBC를 거치는 동안 처음 기록한 홈런이기도 했다. 강백호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경기 전까지 14타수 2안타의 빈타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외 지난 3개 대회 성적은 16경기 47타수 17안타(타율 3할6푼2리) 9타점으로 준수하다. 다만 홈런만큼은 처음이다.
강백호는 "홈런을 쳐서 일단 좋다. 다만 오늘도 중요한 경기였고, 내일은 더 중요한 경기다. 그런 경기를 앞두고 컨디션이 괜찮아진 것 같아 만족한다"면서 "내 첫 홈런보다는 우리나라가 이길 수 있는 영향력을 끼쳤다는 게 기쁘다"고 강조했다.
"지금 팀 분위기가 정말 좋다. 내일 한경기를 위해 정말 최선을 다하겠다. 후회없이 경기에 임하겠다."
항저우(중국)=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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