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중국)=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거듭된 국제대회 불운에 울었다. 'KBO 최고 마무리'란 수식어가 있기에 마음고생이 더 심했다.
그래도 지긋지긋한 악몽을 조금이나마 떨쳐버렸다. 고우석은 7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근교 샤오싱 야구장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전 대만전 세이브를 올리며 뜨겁게 포효했다.
이날도 불안한 순간이 있었다. 2-0으로 앞선 9회말 마운드에 올랐다. 고우석은 1사 후 린리, 린안커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우녠팅을 2루 땅볼로 유도했고, 2루수 김혜성이 1루 주자 태그 후 1루로 송구해 병살처리하며 경기를 끝냈다.
고우석은 시상식 도중 펑펑 눈물을 쏟는 모습도 포착됐다. 고우석에겐 4번째 태극마크다. 하지만 2019 프리미어12의 부진, 일명 '탭댄스'로 불리는 도쿄올림픽의 1루 베이스 커버 실수, 부상으로 아예 출전하지 못한 2023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까지…지난 마음 고생이 주마등처럼 스쳐간 듯 했다.
고우석은 '눈물'에 대해 묻자 "여러가지 복잡한 생각이 났다"고 돌아봤다.
앞서 고우석은 일본전 9회 때는 몸은 풀었지만 등판하지 못했다. 8회 등판한 박영현이 그대로 9회까지 마무리지었다. 류중일 감독은 "박영현의 투구수가 워낙 적었다"고 설명했지만, 혹시나 하는 불안감이 없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다시 고우석을 믿었고, 아찔한 순간도 있었지만 결국 고우석이 해냈다.
고우석은 "류중일 감독님 믿어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 쉽지 않은 결정이셨을 거다. 전임 김경문 이강철 감독님께 너무 죄송스럽다"고 거듭 말했다. 이어 "같이 했던 선배들이 힘써준 생각이 난다. 오늘 결과로 보답이 되진 않지만 그날 이후로 성장하려고 노력했다. 그걸 보여주고 싶었다"며 절실한 속내를 드러냈다.
"그렇게 노력을 많이 했지만, 앞에 나간 선수들 결과에 내가 숟가락만 올렸다. 기쁘고 죄송스럽다."
심판의 볼 판정으로 3볼이 됐을 때 심경에 대해서는 "아쉽긴 한데 (김)형준이가 더 아쉬워하더라.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그렇게 병살이 되려고 그런 판정이 나온 거 같다"면서 "비교할 건 못되지만 베이징올림픽 때 정대현 코치님도 그런 상황이었다. 그 생각이 났다. 형준이가 내가 미처 생각못한 부분을 짚어줘서 더 냉정하게 던졌다. 정말 포수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금메달 기분은 어떨까. 그는 "무겁다. 이렇게 금메달이 무겁구나 싶다. 많은 의미가 담긴 메달"이라고 곱씹었다.
"너부 기쁜데 끝나자마자 그 생각이 났다. 또 시즌이 있으니까 잘해야겠다 싶었다. 그런데 또 처음으로 애국가를 들으니 기분이…경기 끝나고 들어갔더니 선배들한테 연락이 잔뜩 와있더라. 아 지켜보고 계셨구나 싶다. 더 성장하겠다."
항저우(중국)=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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