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멘탈은 확실하게 '국대급'
KIA 타이거즈 이의리의 호투가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누가 봐도 멘탈적으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에, 오히려 더욱 집중력을 발휘하며 좋은 투구를 해주고 있다. 프로 선수로서 대성할 자질을 갖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하다.
이의리는 9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 5⅔이닝 동안 10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1실점 피칭을 했다. 승리투수는 못됐지만, 이의리의 활약에 힘입어 KIA는 3대1 역전승을 거뒀고 5강 희망을 이어갔다. 정말로 의미 있는 투구였다.
이의리의 최근 3경기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1승 뿐이지만 18이닝 동안 2실점밖에 하지 않았다. NC 다이노스전 7이닝 무실점, KT 위즈전 5⅓이닝 1실점에 이어 삼성전까지 기세가 이어졌다.
선발투수가 3연속 호투한 게 뭐 대단하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의리에겐 사연이 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엔트리에 발탁됐고, 대표팀이 소집되기 하루 전 탈락했다. 손가락 물집 부상 여파로 지난달 21일 한화 이글스전 1⅓이닝 5실점(4자책점) 부진한 게 결정타였다.
손가락 상태가 점점 나아지고 있다며, 항저우에 가서 베스트 컨디션을 만들 수 있다고 해도 코칭스태프가 믿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탈락 후 3경기 보란듯이 100개 넘는 공을 강력하게 뿌렸다. 대표팀에 잔류했다면, 류중일 감독이 말한 80개 기준을 무색하게 할 수 있었다. 충분히 억울할만한 상황이 연출되고 말았다.
그리고 동료들이 금메달을 땄다. 야구계로서는 기쁜 일이지만, 이의리 입장에서는 자신이 그 자리에 없다는 것에 깊은 절망감을 느꼈을 수 있다. 대놓고 언급하기는 힘들겠지만, 프로 선수에게 돈으로 가치를 매길 수 없는 병역 혜택이 동료 선수들에게 주어졌다. 여기에 더 충격적인 건, 자신과 같은 부상이라는 이유로 한 타석, 한 이닝도 소화하지 않고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왜 자신에게만 그렇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느냐고 생각한다면, 밤잠을 이루지 못했을 것 같다.
그래서 삼성전 호투는 더 대단하게 느껴졌다. 어떻게 보면, 엔트리 탈락 때보다 더 감정적으로 동요될 수 있는 상황인데도 팀의 가을야구 진출을 위해 묵묵하게 공을 던졌기 때문이다.
강력한 구위에 비해 제구 난조 약점이 있어 '새가슴' 평가도 받았는데, 이렇게 보니 이의리는 누구보다 강한 멘탈을 갖고 있는 선수였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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