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황선홍호'가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내는 순간, 아마도 가장 마음이 복잡했을 것 같은 사람은 정정용 김천 상무 감독이 아니었을까.
아끼는 애제자가 금메달을 따며 향후 커리어에 날개를 단 점은 말할 수 없이 기쁘지만, 소속팀 사령탑 입장에선 전력 손실이 심해도 너무 심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일본과 결승전에서 결승골을 뽑아낸 스트라이커 조영욱(김천)은 이달 상병에 진급하자마자 금메달에 따른 병역혜택을 받아 조기 전역을 앞뒀다. 짧은 휴가를 마치고 13일 팀에 복귀하는 조영욱은 국군체육부대와 협의를 통해 전역 날짜를 조율할 예정이다. 조영욱이 지난해 입대 당시 기초군사훈련을 받지 않은 문제 등으로 인해 부대와 풀어야 할 문제가 남아있다.
조영욱은 지난 6월 정 감독이 김천 지휘봉을 잡은 이후 15경기에서 11골을 몰아치며 플레이오프 진출권 밖에 있던 팀을 우승 경쟁권으로 올려놨다. 11일 현재, 김천은 K리그2에서 승점 61점으로 선두 부산(63점)에 이어 2위를 질주중이다. 정 감독은 빠르면 22일 안산과 36라운드 원정경기부터 조영욱 없이 우승팀에 주어지는 다이렉트 승격권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을 펼쳐야 한다. "(조)영욱이가 뛸 마음이 있을까 모르겠다"고 조크한 정 감독은 "책임감있는 선수인 만큼 남아있는 동안에는 최선을 다해줄 것이다. 부대에서도 처음 있는 일이라 결정을 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백승호 송민규(이상 전북) 설영우 엄원상(이상 울산) 등 연말 입대 예정인 '국대급 예비 신병'들도 입대를 앞두고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며 병역 의무가 사라졌다. 국군체육부대는 축구특기생을 추가로 선발할 예정이지만, 올해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정 감독의 2024년 플랜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정 감독은 "김천 감독 입장에선 개인적으론 그럴 수 있지만, 선수들이 한국 축구를 위해 '큰물'에서 놀 수 있다는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 선수들이 마음의 짐을 내려놓은 것만큼 좋은 게 어디 있겠나. 선수들은 기회가 되면 해외에도 진출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우승 멤버 중에는 2019년 폴란드 U-20 월드컵에서 준우승 신화를 쓴 선수들이 다수였다. 이강인(파리생제르맹) 조영욱 엄원상 이광연(강원) 이재익(이랜드) 최준(부산) 등이다. 정 감독은 "어린시절 국제대회 경험을 많이 한 선수가 (다른 대회에서도)두각을 드러내는 것 같다.
폴란드 대회 당시 감독과 '막내형'으로 인연을 맺은 이강인과의 재회는 이번에도 불발됐다. 정 감독은 "아이고야. (감독과 선수로는)강인이랑 볼 일은 없을 것 같다"며 웃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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