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원래 뛰는 거는 자신있어요."
정수빈(33·두산 베어스)이 입단 14년 만에 개인 타이틀을 품었다.
올해 두산 사령탑을 맡은 이승엽 감독은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를 강조했다. 타격으로는 점수는 내는데 많은 한계가 있는 만큼 한 베이스 더 가는 주루 플레이를 스프링캠프부터 꾸준하게 연습하도록 했다.
정수빈에게는 "30도루 이상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주문이 접수됐다. 입단 이후 정수빈은 꾸준하게 두 자릿수 도루를 성공해왔다. 경찰야구단을 제대하고 후반기 복귀한 2018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두 자릿수 도루 행진이었다.
'적극적인 주루'를 강조하는 이 감독과 만나면서 정수빈의 다리에는 날개가 달렸다. 호시탐탐 베이스를 훔칠 준비를 했다.
9월까지 정수빈이 성공한 도루는 30개. 2014년 이후 9년 만에 30도루 시즌을 만들었다.
9월까지 도루 1위는 신민재(LG)였다. 신민재는 대주자로 시작해 타격까지 터지면서 주전 2루수로 자리를 잡았다. 골든글러브까지 바라볼 수 있는 페이스였다. 신민재 역시 35도루를 기록하면서 생애 첫 도루왕과 골든글러브에 도전했다.
5개 도루 차가 되자 정수빈은 마음 먹고 달렸다. 정수빈 역시 생애 첫 타이틀이 달렸다. 신인 때부터 남다른 주력을 보여줬던 정수빈이었던 만큼, '당연히 도루 타이틀 한 개 쯤은 있었는 줄 알았다'라며 놀랐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10월 정수빈은 그야말로 작정하고 달렸다. 13경기에서 무려 9개 도루를 더했다. 신민재는 같은 기간 2개의 도루에 그쳤다. 도루 역전. 마지막 경기에서 데뷔 첫 40도루에 도전해봤지만 39도루로 시즌을 마쳤다.
정수빈은 "10월에 들어서면서 도루 1위가 딱 눈에 들어왔다. 그동안 도루를 많이 하더라도 실패를 하면 안 되니 초반이나 중반 때까지는 확신이 있을 때 뛰었는데 10월부터는 조금 더 과감하게 뛰었다"고 이야기했다.
올 시즌 정수빈은 발 빠른 외야수로서 장점을 한껏 뽐냈다. 몸을 날리는 호수비는 물론, 필요한 순간에는 강하고 정확한 송구로 보살을 올리기도 했다. "아직 건재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며 미소를 지었던 정수빈은 도루 이야기에 "마음 먹고 하면 진짜 많이 할 수 있다"고 웃었다.
정수빈은 "아무래도 도루는 한 번 실패하게 되면 팀에 데미지가 크다. 우리 팀이 원래 타격에서 정말 뛰어난 팀이라서 그동안 도루할 수 있는 상황이 제한돼 왔다. 사실 도루를 안 해서 답답한 것도 있었고, 몸도 도루를 안 하는 쪽에 맞춰지고 있었다. 그런데 올 시즌에는 감독님께서도 적극적인 주루를 많이 강조하셔서 마음 놓고 뛴 거 같다"고 이야기했다.
정수빈이 가장 많은 도루를 올렸던 건 5월. 타율이 1할9푼8리에 머물렀던 침체기였다. 정수빈은 "아무래도 타격에서 안 풀리다 보니 많이 하게 됐다"고 했다.
정수빈은 통산 가을야구 성적이 76경기에서 2할9푼6리를 기록했다. 지난 2021년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는 타율 3할6푼4리, 준플레이오프에서는 4할6푼2리로 맹활약했다. '정수빈은 가을의 영웅'이라는 의미의 '정.가.영'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가을 무대를 휘저었다.
정수빈은 "우리는 가을에 강하다. 포스트시즌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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