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올해 서진용이 기록을 깨기 전까지, 하재훈은 구단 역사에 이름을 새긴 최다 세이브 투수였다.
메이저리거가 되고 싶었던 꿈과 도전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SK 와이번스의 지명을 받았고, 투수와 타자가 모두 가능한 그의 재능을 놓치지 않았다. 당시 사령탑이었던 염경엽 감독은 설득에 설득을 해 야수로 전향한 상태였던 하재훈을 다시 투수로 돌려놨다.
그리고 그해 그는 KBO리그 세이브왕이 된다. 61경기에 나와 5승3패 3홀드 36세이브 평균자책점 1.98. 특유의 강심장으로 대담한 투구. 마무리 투수에 가장 적합한 성격. 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며 리그 세이브 1위에 올랐다.
하지만 행복은 오래 가지 못했다. 계속되는 통증과 부상이 하재훈을 괴롭혔고, 2021년 7월 6일 등판(⅓이닝 무실점)을 끝으로 투수 하재훈을 막을 내렸다.
그리고 지난 시즌은 하재훈이 다시 타자로 변신한 첫 해였다. 아직 컨디션이 완전치 않기도 하고, 감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60경기에서 114타석을 소화했다. 홈런 6개에 타율 2할1푼5리. 결코 만족스러운 성적은 아니었다. 하재훈도 "타자를 했었기 때문에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감이라는게 빨리 돌아오지 않더라"며 스스로를 답답해했다.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봐야 하는 입장.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SSG가 통합 우승을 했지만, 하재훈은 오래 우승의 여운을 즐길 상황이 아니었다. 한국시리즈가 끝나자마자 비행기를 타고 질롱 코리아에 합류해 비시즌 내내 호주 리그에서 뛰었다. 구단의 제안에 선뜻 가겠다고 나섰고, 가족과의 시간과 휴가도 반납하고 야구에 매달렸다. 질롱 코리아 코칭스태프에게 부탁해 수비 소화 대신 최대한 많은 타석에 서보고 싶다고 했고, 그렇게 비시즌을 보냈다.
스프링캠프에서도 추신수와 더불어 팀에서 가장 빨리 일어나, 가장 일찍 운동을 시작한 선수가 바로 하재훈이었다. 그러나 운명의 장난처럼 스프링캠프 막바지에 연습 경기 다이빙 캐치를 하다가 어깨 골절. 허무하게 개막전 엔트리 합류가 불발됐다.
그리고 괴물같은 회복력으로 5월 25일 복귀했고, 그는 복귀 하자마자 2루타와 이튿날 홈런까지 날리면서 화려한 신고를 알렸다. 하지만 복귀 한달이 채 안된 시점에서 이번에는 도루하다가 손가락 골절. 청천벽력이었지만 하재훈은 포기하지 않았다. 강화 2군 선수단 숙소에 머물면서 이번에도 이를 악 물고 회복과 재활에 매진했다.
그리고 예상보다 훨씬 빠른 한달만에 1군에 돌아왔다. 돌아온 첫날 하재훈은 3타수 2안타(2루타 1개) 도루 2개에 볼넷까지 해내면서 '야구천재'의 가능성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타자 하재훈의 성공 가능성을 다시 한번 확인한 2023시즌을 마치고, 그는 당당하게 팀의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22일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1차전에서 김원형 감독은 하재훈을 6번타자-우익수로 선택했다. 베테랑 선배 추신수가 제외된 이유도 있었지만, 이제 하재훈은 믿을 수 있는 외야수이자 주요 타자다. 덤덤하게 "처음 포스트시즌 선발 라인업에 들어간거긴 한데, 뭐 다를게 있겠습니까. 평소랑 똑같이 해야죠. 다르게 하려고 하면 더 안됩니다"라고 이야기하던 하재훈은 9회 마지막 타석에서 이용찬을 상대로 벼락 같은 투런 홈런을 날리는 '사고'를 쳤다. 아쉽게 팀이 졌지만, 만약 SSG가 역전 했다면 일등공신은 단연 하재훈이었을 것이다.
하재훈은 타자 재전향 이후 "투수로 세이브왕을 했으니, 이제 타자로 홈런왕을 한번 해보겠다. 남자라면 그 정도 포부는 있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의 꿈이 어쩌면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인천=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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