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지난 2월 애리조나 캠프. LG 트윈스에 온 새 외국인 타자 오스틴 딘에게 그동안 LG의 외국인 타자들의 성적이 좋지 않았다는 얘기를 했다. 그도 알고 있었다. 당시 오스틴은 "내가 LG에 온다는 걸 안 한국팬들이 SNS에 DM으로 외국인 타자 저주에 대해 알려줬다"면서 "내가 그 저주를 끊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 말을 지켰다. 오스틴은 139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1푼3리, 163안타, 23홈런, 95타점을 기록하면서 LG의 4번타자로 맹활약했다.
그동안 실패한 외국인 타자의 저주를 깬 것을 넘어 29년의 한(恨)을 풀어주는 효자가 됐다. 취재진이 "저주를 깼다"고 하자 "목표를 이뤘다"고 웃은 오스틴은 "올 한해 야구가 만족하고 재미있었다. 야구에 대한 의욕도 생겼다. LG가 29년만에 우승에 도전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고, 그래서 LG 역사의 한부분에 참여했다는 게 와 닿았다"라고 했다.
29년만에 노리는 LG의 한국시리즈 우승. 오스틴에게도 간절하다. 고등학교시절 우승을 하긴 했으나 프로에 입문한 뒤 우승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오스틴은 "프로에 와서 우승을 할 뻔 한 적은 있었는데 우승을 하진 못했다"면서 "꼭 우승을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KBO리그의 계단식 포스트시즌은 생소한 부분. 오스틴은 정규리그 우승으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해서 훈련을 하면서 기다리는 것에 대해 "분명 다르긴 하다. 미국에서는 항상 잘했던 팀이 이기는게 아니라 그 순간 흐름을 잘 끌고 가느냐가 중요하다"면서 "한국은 쉬면서 연습경기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 같다. 이 기간 동안 연습경기로 감각을 유지하면 될 것 같다"라고 했다.
그동안 해온 것을 믿고 있다고 했다. 오스틴은 "한국시리즈는 내 야구 인생에서 가장 큰 경기다. 긴장되는 부분도 많다. 그래서 침착함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면서도 "우리가 스프링캠프부터 해왔던 것을 믿고 있다. 선수들, 코칭스태프, 프런트들이 해온 길을 믿고 마지막까지 그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오스틴은 시즌 막판 타점왕에 도전할 수 있었다. LG가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10월 3일까지 타점 1위인 한화 노시환(99타점)과 2위인 오스틴(92타점)의 차이는 7개였다. 노시환이 아시안게임 중이었기에 오스틴으로선 타점왕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 1경기를 완전히 휴식하고 1경기는 선발에서 제외되는 등 타점왕에 대한 열의를 보이지 않았다. 우승 확정 후 타이틀에 도전하는 선수들은 계속 출전을 시키려고 했던 염경엽 감독이 "오스틴은 타점왕 생각이 없나봐"라며 의아하게 생각했을 정도. 결국 95타점으로 마무리하며 타점 2위로 시즌을 끝냈다.
타점왕에 대해 묻자 오스틴은 놀라운 대답을 했다. "타점왕 생각을 안한 것은 아니다"라고 운을 뗀 오스틴은 "하지만 1위를 확정한 시점에서부터 난 한국시리즈를 생각했다"는 예상하지 못한 말을 했다. 오스틴은 이어 "한국시리즈에 집중하자는 생각을 했고, 그때부터 체력 안배를 하면서 감각을 유지하자는 생각을 했다. 한국시리즈 준비하는 것으로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그래서일까 오스틴은 23일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첫 자체청백전에서 주전팀인 '트윈스'팀의 4번 타자로 나와 유일하게 2안타를 때려내며 좋은 타격감을 보였다.
이 남자. 한국시리즈 우승에 진심이다.
이천=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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