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온통 페디 얘기 뿐인데, 결과에 따른 희비는 얼마나 대단할까.
운명의 날이 밝았다. 정규시즌 2위 KT 위즈와 와일드카드 결정전, 준플레이오프를 통과하고 올라온 정규시즌 4위 NC 다이노스가 맞붙는다. 양팀은 30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플레이오프 1차전을 치른다. 1차전을 이기는 팀이 한국시리즈행 78.1% 확률을 가져간다.
최고의 '필승' 매치업이 완성됐다. KT 선발은 쿠에바스. 이견이 있을 수 없었다. 올시즌 대체 선수로 복귀해 18경기 12승 무패 평균자책점 2.60을 기록했다. 20승-200탈삼진 대업의 페디에 가려져 그렇지, 후반기 투구만 놓고 보면 리그 최고 투수였다. 쿠에바스가 있어 KT는 꼴찌에서 정규시즌 2위라는 기적을 연출할 수 있었다.
원래 하위 시리즈를 치르고 오는 팀은 1차전 1선발 카드를 내기 힘들다. 경기를 하고 올라오다 보면 로테이션이 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NC는 MVP 최유력 후보 페디로 맞불을 놓는다.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운명의 장난이 이 경기를 만들었다고 해야 할까. 페디는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에서 단 1개의 공도 던지지 않았다. 정규시즌 막판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팔뚝에 공을 맞는 부상을 당했기 때문이다. 페디가 없어 NC가 조기 탈락했다면 너무 아쉬웠겠지만, 페디 없이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 4전승을 기록했다. 페디가 충분히 쉴 수 있는 시간을 만든 것이다.
SSG 랜더스와의 준플레이오프는 '페디 시리즈'였다. 그가 등판하느냐, 못하느냐의 소식이 계속 뒤바뀌어 나왔고 양팀의 표정이 엇갈렸다. 그런데 SSG쪽이 심리전에서 말린 듯한 모양새가 됐다. 왕년에 '국보' 투수 해태 타이거즈 선동열이 부상으로 던지기 힘든 상황에도, 그라운드에 나와 몸만 풀어도 상대팀들이 벌벌 떨었다고 하지 않았나. '뒤에 페디가 나오면 우리가 불리하다'는 압박감에 SSG 선수들이 시리즈 초반부터 얼어붙었다.
그렇게 생각지 못한 볼거리를 제공하던 페디가 이제 직접 나와 공을 던진다. 모두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페디의 투구 내용, 그리고 1차전 결과에 따라 플레이오프 향방이 완전히 왔다갔다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랜 실전 공백을 깨고, 페디가 호투하며 NC가 1차전을 잡는다면. 시리즈가 혼전으로 흐를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5차전 페디가 한 번 더 나올 수 있다는 가정 하에 NC의 업셋도 충분히 가능해진다.
하지만 이렇게 요란했던 페디 등판인데, 1차전 힘없이 무너진다면. KT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시리즈를 쉽게 끌고 갈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 나머지 선발 매치업에서는 객관적 전력상 KT가 앞선다. 1차전 긴장감을 이기고, 몸도 풀었기에 몸놀림은 가벼워질 것이다. 반대로 NC 선수단은 엄청난 심리적 데미지를 입을 수밖에 없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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