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예상보다 홈팬들이 더 많이 오셨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자체가 재미있었다. 뜨거운 응원은 우리에게도 힘이 된다."
2만3750석 잠실구장이 가득 찼다. 29년만의 우승을 꿈꾸는 목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웠다. 구단주까지 현장을 찾았다.
그 압도적인 분위기를 바라보는 상대팀 선수의 마음은 어떨까. KT 위즈 고영표는 마운드 위에서의 심경에 대해 "내게도 힘이 됐다"며 웃었다.
고영표는 7일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6이닝 2실점(1자책)으로 호투했다. 비록 승리투수가 되진 못했지만 기록 그 이상의 호투였다.
위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1-0으로 앞선 1회말, 안타에 수비 실책, 희생플라이가 더해지며 1-2 역전을 허용했다. 벤치의 이강철 KT 감독조차 "오늘 고영표는 오래 못 던지겠는데…"라고 생각했을 정도다.
3회쯤부터 흐름을 되찾았다. 거듭된 팀의 수비, 주루 실수, 갑갑한 타선에도 흔들림이 없었다. 오히려 상대 공격을 막아내며 흐름을 되찾았다. 3대2 극적 역전승의 버팀목이 됐다.
경기 후 만난 고영표는 원정석까지 가득 채운 홈팬들의 응원에 대해 "놀랐고, 재미있었다"며 웃었다.
"우리 이미 그런 분위기엔 적응 다 돼있다. 그 상황에서 좋은 플레이로 승리하면 더 좋다."
시즌중 LG 상대로 4경기 2패, 평균자책점 7.36으로 부진했다. 거듭된 도루에 고전하곤 했다. 하지만 고영표는 이날 향상된 슬라이드스텝과 세트포지션, 견제로 LG와 맞섰다. 그는 "지난 패배들을 잊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의 승리가 있다"며 미소지었다.
특히 고영표가 인상적으로 회상한 순간이 있었다. 2-2로 맞선 4회말, 2사 2,3루에서 박해민의 삼진이다. 올시즌 상대전적 8타수 3안타, 고영표가 LG에서 가장 까다롭게 느끼는 타자다.
"방망이가 나가면서 툭 건드리는게 시그니처다. 거기에 체인지업이 많이 맞았다. 높은 쪽 코스를 공략할까, 아니면 1루를 채울까? 고민도 했다. 마지막 체인지업이 잘 떨어져서 헛스윙을 유도했는데, 정말 짜릿했다."
이날 고영표는 2회 2사 1,2루, 4회 2사 2,3루, 5회 2사 1,2루 등 쉴새없이 위기에 직면했지만 추가 실점 없이 잘 버텼다. 이어 7~8회 손동현, 9회 박영현이 LG 타선을 완전히 틀어막으며 흐름이 KT 쪽으로 왔고, 9회초 고우석을 상대로 문상철이 결승타를 쳤다.
고영표는 "양쪽 다 어수선한 플레이들이 나왔다.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도 아니고,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그걸 서로 돕는게 야구"라고 강조했다.
이어 "컨디션이 베스트가 아니었다. 플레이오프 3차전 때가 훨씬 좋았다. 자책할 새도 없이 위기가 계속 왔다. 몸에맞는볼도 2개나 나왔으니까, 내가 자초한 면이 있다"고 돌아본 뒤 "나 자신을 깨울 필요가 있었다. 그 삼진 하나가 5~6회를 더 던질 수 있게 했다"고 덧붙였다.
"한국시리즈라는 최고의 무대, 첫 선발등판, 1차전, 최대 위기, 가장 필요한 순간에 나온 삼진이었다. 그순간 집중력이 돌아왔다. 내생애 이렇게 짜릿했던 삼진은 없었다."
잠실=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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