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그 시계는 꼭 내가 받고 싶다. 내게 '주장 직권으로 어떤 선수에게 주겠느냐'고 물어도, 내가 갖고 싶다."
1주일 전 열린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 LG 트윈스 주장 오지환은 초대 구단주인 고 구본무 회장이 건 '한국시리즈 MVP 부상'인 롤렉스 시계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시계 자체의 가치가 아닌 그 상징성에 포커스를 맞췄다. 그만큼 LG의 한국시리즈 우승이 간절했다. "사실 나에겐 우승이 처음이다. 나에겐 15년, LG팬들에겐 29년만이다. 이런 순간이 한번도 오지 않았다"라는 그의 말은 V3를 향한 열망을 느끼고도 남을 정도.
마침내 그 열망이 이뤄졌다.
LG 트윈스가 시리즈 전적 4승1패로 29년 만의 V3 비원을 이뤘다. 오지환은 경기 후 진행된 기자단 투표에서 전체 93표 중 80표(득표율 86%)를 얻어 한국시리즈 MVP로 선정됐다.
오지환은 말 그대로 이번 한국시리즈를 '지배'했다.
LG는 한국시리즈 1차전을 2대3으로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2차전부터 반격을 시작했다. 선봉에 오지환이 있었다. 1-4로 뒤지던 6회말. 오지환은 추격의 솔로포를 터뜨리면서 5대4 역전승의 시작을 알렸다.
3차전에서도 극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 LG가 8회말 KT 박병호에 역전 투런포를 맞으면서 4-5로 밀린 상황. 오지환은 박병호의 앞선 타석에서 치명적 실책을 범하면서 역전의 빌미를 제공했다. 그러나 9회초 KT 마무리 투수 김재윤을 상대로 재역전 스리런포를 쏘아 올리면서 8대7 드라마틱한 역전승을 완성했다.
4차전에선 역사를 만들었다. 쐐기 스리런포를 터뜨리면서 팀의 15대4 대승을 이끌었다. 이 홈런으로 오지환은 단일 한국시리즈 최초 3경기 연속 홈런의 주인공이 됐다. 시리즈 매 경기 가장 결정적인 순간 오지환이 그 중심에 있었다.
LG는 올 시즌을 앞두고 오지환과 6년 총액 124억원의 비FA 다년계약을 했다. 2020년 첫 FA 때 4년 총액 40억원에 LG와 계약했던 것을 돌아보면 크게 뛴 금액. 프로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오직 LG에서만 뛰면서 '프렌차이즈 스타'로 공헌한 그의 기량과 상징성에 대한 예우도 담겨 있었다. 통산 타율 2할6푼대이자 30대 중반에 접어드는 유격수인 그에게 LG가 너무 퍼준 것 아니냐는 부정적 견해도 일부 있었다. 그러나 오지환이 29년 만의 열망을 푸는 키 플레이어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LG의 선택은 옳았음이 입증됐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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