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수요가 둔화하고 있지만,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오히려 연구개발(R&D)과 시설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수요 둔화를 일시적으로 보고, 장기적인 기술력과 생산능력 확보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의도다.
각사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3사의 R&D 비용은 총 1조787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3사 합산 R&D 비용이 1조5884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12.5% 증가한 셈이다.
이들 기업 중 R&D에 가장 많이 투자한 곳은 삼성SDI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R&D 비용은 836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842억원보다 6.7% 증가했다.
삼성SDI는 매출액 대비 R&D 비중도 4.9%로 가장 높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2.8%, SK온은 2.2%였다.
삼성SDI는 현재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상반기에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구축했으며, 연내 고객향 시제품 생산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들어 R&D에 7304억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6340억원보다 15.2% 늘어난 수치다.
SK온의 올해 1∼3분기 R&D 비용은 2207억원으로 지난해 1∼3분기 1703억원보다 29.6% 늘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용량과 수명이 길면서 안전한 배터리를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가격 경쟁력이 우수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개발에도 노력 중이다.
이들 기업에게는 생산능력 확충도 중요한 과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들어 9월까지 배터리 생산라인 신·증설 등에 7조6454억원을 투자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4조1358억원의 약 1.8배 비용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북미 지역에 총 8개의 생산 공장을 건설 또는 운영 중에 있다.
SK온은 3분기까지 신·증설에 7조6101억원을 썼다. 지난해 같은 기간 2조3009억원의 3배를 훌쩍 넘는 수치다.
삼성SDI도 올해 3분기 누적 시설 투자 금액이 2조4397억원으로 작년 동기(1조6774억원)보다 약 1.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최근 전기차 배터리 수요 감소로 배터리 기업들의 3분기 가동률은 소폭 하락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3분기 평균 가동률은 72.9%로 상반기 74.8%보다 하락했다. SK온의 3분기 평균 가동률은 94.9%로 상반기의 95.4%보다 내렸다. 삼성SDI는 가동률을 공개하지 않았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보니 인력 감축의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미시간 법인은 현장직 인력 170명을 정리해고하기로 했다. 1공장 인원은 약 1500명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일시적인 전기차 수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인력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SK온의 미국법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도 미국 조지아주 공장의 배터리 생산을 축소하고 일부 직원에 대해서는 휴직 조치를 내렸다. 지난 9월에는 직원 일부를 정리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배터리 산업의 성장은 의심할 바 없다"며 "국내 배터리 업계도 이를 인지하고, 기술력과 생산 능력을 확보하는 등 미래를 위한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현재 전기차 시장이 주춤한 시기로 단기적인 수요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가동률 조절 등 숨 고르기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우진 기자 kwj1222@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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