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서울 SK가 파죽의 5연승을 달렸다.
SK는 26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 원정 경기에서 고양 소노를 ?대?으로 눌렀다.
전성현이 부상에서 합류한 소노는 강력한 빅3를 선보였다. 치나누 오누아쿠가 SK 자밀 워니를 압도하면서 17득점, 14리바운드, 8어시스트의 트리플 더블급 활약을 했고, 이정현(25득점) 전성현(18득점, 4리바운드)이 맹활약했다. 반면, SK는 자밀 워니(22득점)와 안영준(16득점)이 고군분투했지만, 김선형(5득점)과 오세근(2득점)은 부진했다. SK의 빅3(워니-김선형-오세근)은 아예 승부처에서 기용되지 않았다.
▶전반
고양 소노는 에이스 슈터 전성현이 복귀했다. 지난 맞대결처럼 '워니 트랩'을 쓸 필요가 없어졌다. 지난 맞대결에서 소노는 워니에게 안정욱, 최현민 등 강한 압박 능력을 지닌 포워드를 붙인 뒤 워니가 골밑을 돌파하면 디욘테 데이비스가 더블팀을 가는 방식의 수비를 사용했다. 당시 위력적이었지만, 한계는 분명히 있었다. 이젠 치나누 오누아쿠가 들어왔다. 1대1로 워니를 제어할 수 있는 선수.
전성현과 이정현의 3점포가 불을 뿜었다. SK 전희철 감독은 경기 전 "DB와 경기에서 승리한 것은 분명 고무적이다. 하지만, 이날 정신적 해이함으로 올 가능성이 있다"고 경계했다.
SK는 김선형의 인상적 돌파와 워니의 절묘한 투 카운트 패스에 의한 오재현의 3점포가 있었다. 게다가 SK의 외곽 압박 수비 능력은 상당했다. 오재현과 최원혁을 함께 쓰면서 강력함을 유지했다.
20-16의 리드. 0.1초를 남기고, 김선형과 리온 윌리엄스의 인상적 픽&팝. 김선형이 파고든 뒤 윌리엄스의 정면 3점슛 오픈 찬스를 만들었다. 깨끗하게 빨려 들어갔다. 23-16, 6점 차 SK의 리드로 1쿼터 종료.
2쿼터 함준후의 3점포로 소노가 반격 시작.
그러자, 오재현이 미드 레인지 정면에서 절묘한 스텝으로 점퍼를 성공시켰다. 오재현의 수비 능력은 이미 리그 톱 급이다. 올 시즌 약점으로 지적된 3점슛 능력도 향상됐다. '오재현이 3점 3개를 성공시키면 무조건 이긴다'는 팀내 믿음이 있다. 올 시즌 코너에서 오재현의 3점슛 능력은 상당히 강력하다. 여기에 미드 점퍼까지 영역을 넓히는 느낌. 매우 긍정적 모습이다.
단, 소노는 만만치 않았다. 김민욱이 3점포를 성공시켰고, 절묘한 2대2로 데이비스의 골밑슛까지 추가. 여기에 파울 자유투까지 넣었다. 25-25, 동점.
김승기 감독은 안영준에게 김진유를 붙였다. 좋은 선택이었다. 이 시점 선수 구성을 보면, SK는 김선형과 안영준이 주 공격 옵션을 가져가야 할 시점. 게다가 소노는 전성현 이정현 데이비스 등 공격 자원은 많지만, 활동력 자체는 떨어질 수 있는 시점이었다. 즉, 공격력은 떨어지지만, 수비력만큼은 리그 최상인 안영준에게 붙이면서, 공수 밸런스를 맞추려고 했다. SK의 흐름을 교묘히 끊을 수 있는 선수 교체.
단, 안영준은 오픈 3점포를 깨끗하게 성공. 김진유는 머리를 감쌌다. 자신의 수비 실수를 직감. 30-25, SK의 리드.
안영준은 상무를 가지 않았다. 하지만, 몸을 철저하게 만들면서, 1위를 질주하던 DB와의 경기에서 클래스가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 강력한 높이와 스피드를 바탕으로 SK의 약한 트랜지션을 하드 캐리했다. 왜 전희철 감독이 "영미(안영준의 별명)만 오면 모든 것이 정리된다"고 말하는 지 1경기 만에 입증했다.
상무 제대 선수들의 몸 상태가 전체적으로 둔탁하거나 부상이 많은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인상적 안영준이다.
SK의 기세는 이어졌다. 오누아쿠가 휴식을 취한 상황에서 소노의 리바운드 단속은 약점이 될 수밖에 없다. 최부경이 공격리바운드를 잡은 뒤 풋백. 좋지 않은 흐름에서 이정현이 3점포로 SK의 기세를 차단했다.
2쿼터는 양팀 모두 백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SK는 워니와 김선형 오세근이 모두 벤치에 있었고, 소노는 오누아쿠와 전성현이 벤치.
SK는 허일영이 공격리바운드 이후 풋백, 안영준이 미스매치를 활용한 공격 이후 파울 자유투를 얻어냈다. 이정현이 또 다시 3점슛을 작렬시켰지만, SK가 여전히 37-31, 6점 차 리드.
2쿼터 2분을 남기고 소노는 다시 베스트가 들어왔다. 반면, SK는 여전히 빅3가 벤치에 머물러 있었다. SK 입장에서는 굳이 좋은 흐름을 바꿀 필요가 없었다.
전성현의 미드 점퍼 실패. SK는 다시 트랜지션. 윌리엄스가 또 다시 반칙 자유투 2득점. 완벽하게 SK의 기세로 흘러가자, 소노는 '전가의 보도'가 나왔다. 이정현의 절묘한 헤지테이션 드리블, 이후 외곽의 전성현에게 패스. 슛을 쏘기 전부터 이정현은 한 팔을 들어올리며 확신에 찬 세리머니를 했다. 그러자, 곧바로 SK의 작전 타임.
결국 44-36, 8점 차 SK의 리드. 2쿼터 거센 SK의 흐름인 점을 감안하면, 8점 차 점수 리드 폭은 크지 않았다. 단, 빅3에게 충분한 휴식을 줬다. 소노의 경우에도, SK의 상승세 흐름을 교묘하게 끊으면서 후반을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후반
확실히, 소노 오누아쿠와 이정현은 만만치 않았다. 김선형과 워니가 번갈아 공격했지만, 실패. 이정현의 속공, 오세근의 파울. 자유투 2득점.
오누아쿠가 공격 리바운드를 잡은 뒤 풋백 득점. 자신의 골밑 존재감을 알렸다. 전성현의 미드 점퍼가 터졌다. 2점 차로 추격.
오세근의 미드 점퍼가 빗나가자, 이정현이 김선형의 수비를 뚫고 미드 점퍼. 동점을 만들었다. 안영준의 골밑슛이 나오자, 이번에는 전성현의 3점포가 터졌다.
확실히 SK는 시즌 초반 '빅3'에 딜레마가 있다. 워니는 여전히 위력적이지만, LG 마레이, 소노 오누아쿠 등을 만나면 제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김선형과 오세근은 아직까지 제 컨디션이 아니다.
결국 '코어의 힘'으로 강하게 부딪친 3쿼터, 소노가 압도했다. 전반전 넉넉한 리드를 모두 까먹었고 역전을 당한 핵심 이유다.
단, 소노는 조시 토랄바와 김민욱이 오픈 3점슛 찬스를 놓쳤다. SK가 강팀인 이유는 이런 승부처에서 수비에서 해법을 찾는다는 점이다. 안영준을 전성현에게 붙였다. 전성현의 에어볼.
하지만, 오누아쿠가 워니와의 1대1 포스트 업 대결에서 미드 점퍼를 꽂은 데 이어 스틸 이후 속공 레이업, 김선형의 파울로 얻은 자유투까지 성공. 52-48, 소노의 4점 차 리드. 흐름은 완벽하게 소노로 흘렀다.
SK는 오재현과 최원혁을 가동하면서 오히려 수비를 강화. 최원혁이 코너 3점포를 작렬. 하지만 오누아쿠가 이번에는 워니 앞에서 미드 점퍼. 그러자 워니도 포스트 업 2득점.
이때, 소노는 코너에서 김민욱의 3점포. 그래도 워니의 돌파 동선을 예측한 이정현이 절묘한 위치에서 공격자 파울을 유도했다.
이후, 이정현은 리그 최상급 수비를 자랑하는 최원혁을 날카로운 크로스 오버 드리블로 제친 뒤 그대로 3점포를 꽂아넣었다. 6점 차 소노의 리드. 하지만, 워니가 가만 두고 보지 않았다. 공격자 파울을 범했던 워니는 이번에는 돌파 이후 자유투까지 성공시키며 3쿼터 마무리. 60-58, 소노의 2점 차 리드.
4쿼터 김민욱의 3점포가 통과했다. SK의 수비 시스템 상 김민욱에 대한 체크가 헐거울 수밖에 없다. 워니와 최부경(혹은 오세근)의 수비 폭이 넓지 않기 때문이다.
김민욱은 스트레치 4 역할을 한다. 3점슛이 정확하다. 단, 수비에서 문제가 있다. 때문에 시즌 초반 기용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오누아쿠가 골밑에서 강력하게 자리잡으면서, 김민욱을 쓸 수 있는 시스템이 됐다.
때문에 김민욱의 3점포 의미는 복합적이다. 소노는 SK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렸고, SK 입장에서는 매우 골치아픈 약점이 공략 당했다.
65-58로 리드를 완벽하게 잡은 소노. 또 하나의 상징적 장면이 나왔다. 워니의 돌파 이후 플로터. 지난 시즌 뿐만 아니라 올 시즌 초반 워니가 리그를 점령했던 시그니처 플레이. 그런데, 오누아쿠가 엄청난 운동능력을 이용해 블록슛에 성공했다. 이정현이 3점포로 연결했다. 순식간에 10점 차 리드를 소노가 잡았다. 확실히 오누아쿠 가세 이후 소노는 완전히 달라졌다.
SK의 작전타임. 하지만, 이번에는 최부경의 돌파가 김진유의 허슬에 걸렸다. 공격자 파울을 범했다.
남은 시간은 7분. 여전히 시간은 많았다. 전성현과 김민욱의 어설픈 2대2 플레이가 실패. 그러자, 이때까지 잠잠하던 안영준이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대로 치고 들어간 뒤 레이업 속공.
그러나, 오누아쿠가 만만치 않았다. 워니가 공격을 풀지 못하자, 김선형과 오세근이 코트에 없는 SK는 공격 전개에 어려움을 느꼈다. 결국 오누아쿠가 수비 리바운드를 잡은 뒤 그대로 아웃렛 패스, 전성현의 속공으로 연결됐다. 그러자 이번에도 안영준은 3점포를 성공시킨 뒤, 골밑 돌파 이후 자유투 2득점. 결국 SK는 승부처 끈끈함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2년 연속 챔프전 진출 과정에서 쌓인 조직력이 극한의 순간에 나왔다. 결국 72-69, 3점 차까지 추격.
경기를 마무리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소노는 작전 타임 이후, 오누아쿠의 1대1 골밑 포스트 업. 오누아쿠가 워니 상대로 성공시켰다. SK가 더블팀 액션을 취했지만, 오누아쿠는 노련한 움직임으로 절묘하게 파훼.
오재현의 골밑 돌파가 성공하자, 이번에는 소노가 이정현과 오누아쿠의 2대2, 이정현의 미드 점퍼가 나왔다. 반면, 워니의 돌파는 실패, 오누아쿠가 또 다시 리바운드를 잡아냈다.
결국, SK는 소노와의 격차를 좁힐 수 없었다. 워니과 안영준의 단발 공격으로는 소노의 견고한 수비를 뚫을 수 없었다.
SK는 현 시점에서 빛과 그림자가 있다.
그림자는 '빅3'다. 인정할 수밖에 없는 자밀 워니. 최고 가드 김선형, 그리고 최고 빅맨 오세근이 있다. 그런데, 김선형과 오세근은 아직까지 경쟁력이 떨어진다. 김선형의 폭발력은 실종됐다. 오히려 수비 약점이 부각된다. 오세근 역시 마찬가지다. 활동력이 떨어지면서, 팀 트랜지션에 악영향을 준다. 워니는 여전히 좋다. 하지만, 경쟁자들이 나오고 있다. 워니가 막히면서 SK의 베스트 5는 위력적이지 않다. 단, 안영준이 가세했다. 아시아 쿼터 후안 고메즈 역시 복귀하면 전력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는 카드다. 오재현과 최원혁이 늘었다. 백업진의 경쟁력이 여느 구단 베스트 5보다 나은 수준이다. 여전히 미래는 밟지만, 코어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SK는 중요한 무대에서 고전할 밖에 없다.
소노는 재정비하고 있다. 전성현의 부상, 김승기 감독의 '욕설 사건'이 있었지만, 소노는 여전히 끈끈한 농구를 한다. 오누아쿠가 들어오면서 팀 밸런스가 맞아들어가기 시작한다. 이정현은 리그 최상급 가드로 업그레이드됐고, 전성현까지 100% 컨디션을 갖추면, 소노의 '빅3'는 어마어마한 위력을 가질 수 있다. 리그 어떤 팀의 코어와 견줘도 뒤지지 않는다. 6강 가능성이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플레이오프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의미다. 고양=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