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아픕니다."
29년 만에 통합우승을 달성한 LG 트윈스. 기쁨도 잠시였다. 내년 시즌을 위한 준비에 들어가야 했다. 25일 12명의 선수를 보류 선수 명단에서 제외했다. 방출.
'전대미문' 200안타의 주인공 서건창이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 충격을 줬다. 서건창 때문에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투수 임정우도 더 이상 LG 유니폼을 입을 수 없었다. 그리고 임정우는 이틀 뒤 자신의 SNS를 통해 은퇴를 알렸다. 임정우는 "LG에서의 시간은 제게 정말 특별했던 것 같다"며 "암흑기 시절부터 29년 만의 통합 우승까지 가는 길었던 여정 안에 LG 선수로 몸담았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영광이라고 생각한다"고 담담히 심경을 밝혔다.
비운의 투수가 됐다. 32세라는 젊은 나이에 그라운드를 떠나게 됐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아팠다. 제대로 공을 던질 수 없었다.
임정우의 야구 인생을 가른 건 2017년 초 겨울. 2012년 신인 2년차에 SK 와이번스(SSG 랜더스 전신)에서 LG 트윈스로 이적해 무럭무럭 성장했다. 그리고 양상문 감독을 만나 기량을 만개시켰다. 투수 전문가 양 감독은 리그 최고 수준의 커브를 갖춘 임정우를 2016 시즌 마무리로 전격 발탁했다. 2015 시즌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전천후 활약으로 109이닝을 소화했다. 이 과정에서 양 감독은 임정우의 마무리 가능성을 확인했다.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28세이브를 기록하며 LG의 가을야구 진출에 큰 공헌을 했다.
그렇게 야구를 잘한 게 임정우의 운명을 가를 줄은 몰랐다. LG 마무리로서 활약한 결과,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당당히 선발됐다. 하지만 2월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린 대표팀 캠프 도중 어깨를 부여잡았다. 그 뒤로 임정우는 사라졌다. 2017년 후반기 17경기에 던진 게 그의 커리어 마지막 투구였다. 2018년 어깨 치료에 이어 팔꿈치 수술까지 받았다. 병역 문제를 해결하고 재기를 노렸지만, 기회는 돌아오지 않았다.
당시 보도된 기사들을 보면, 양 감독은 계속해서 임정우를 걱정하는 인터뷰를 했다. "옆에 따라가서 지켜보고 싶을 정도"라는 코멘트도 있다. 왜 그랬을까. 양 감독은 "정우는 몸이 굉장히 부드러운 선수다. 좋은 점은 유연하게 공을 던질 수 있다는 것이지만, 나쁜 점은 그만큼 몸이 부하를 많이 받는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말하며 "2016 시즌에 처음으로 마무리가 돼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마무리 투수는 매 투구 전력을 다해야 한다. 그래서 임정우의 케이스는 비시즌 어깨, 팔꿈치를 보강하는 훈련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했었다"고 돌이켰다.
그런데 대표팀에 가는 걸 말릴 수가 없었다. 선수 최고의 영예. 다친 것도 아니고, 다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선수를 보내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다고 최고 선수들을 지휘하는 대표팀 스태프에 '이렇게, 저렇게 관리해달라'고 일일이 주문을 할 수도 없었다. 양 감독은 제발 무사히, 임정우가 대회를 마치기만을 기도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걱정이 현실이 돼버렸다.
양 감독은 "정우가 은퇴한다는 얘기를 들으니, 그 때 생각이 나 마음이 많이 아팠다"고 하며 "팔꿈치 수술을 받고 군대에 다녀온 후 만났을 때 정우가 씩씩하게 '공 던질 수 있습니다'라고 얘기해 안심을 했었다. 그런데 한 번도 1군에 올라오지 못하고 선수 생활을 마감한다고 하니 안타까운 마음 뿐"이라고 밝혔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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