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1994년 박찬호가 LA 다저스에 입단했을 때 한국인의 자랑이었다. 박찬호는 개막전 엔트리에 들어갔고 이내 마이너리그에 내려갔지만 이후 정상급 투수로 메이저리그 통산 124승을 거뒀다.
당시 한국인들은 미국인들이 어디에서 왔냐고 물을 때 한국에서 왔다고 하며 이해를 돕기 위해 "두 유 노우 찬호 팍?(Do you know Chan-ho Park)"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30년이 흘렀다. 이제 한국 문화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게 됐다. 한국하면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등 K-팝과 '오징어 게임' 등의 한국 드라마, 영화로 인해 한국이 세계적으로 알려졌다. 이제 외국에서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등 K-팝 아티스트를 말하거나 한국 영화, 드라마 등을 말하는 외국인을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축구를 좋아하면 손흥민을 말한다. 그리고 이제 야구는 이정후를 말하게 됐다.
모두가 놀랐다. KBO리그에서 7년을 뛴 선수가 메이저리그 팀과 1억1300만달러의 초대형 계약을 맺었다. 주인공은 키움 히어로즈의 이정후이고, 그를 거액에 영입한 팀은 바로 명문 구단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였다.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초대형 계약이었다. 예전엔 KBO리그에서 뛰다가 곧바로 메이저리그로 간다는 것을 꿈도 못꿨다. 아무리 KBO리그에서 잘한다고 해도 리그의 수준이 떨어져 검증이 안됐다는 이유였다. 그래서 메이저리그로 가고 싶은 선수들은 일본을 먼저 갔고, 거기서 인정을 받아 미국으로 날아갔었다.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첫 사례가 바로 류현진이었다. 2006년 KBO리그 유일무이 신인왕-MVP 동시 수상의 업적을 만든 류현진은 2012년까지 최고의 투수로 활약했고 포스팅으로 LA 다저스와 6년간 3600만달러에 계약했다. 한국 최고의 투수로서 만족할만한 계약이라고 평가를 받았다. 류현진은 이후 FA가 돼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이적하면서 4년간 8000만 달러의 잭팟을 터뜨리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류현진 이후 강정호가 2015년에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2016년에 박병호가 미네소타 트윈스로 가서 장타력을 과시했었지만 류현진만큼의 액수를 받지는 못했다.
2021년 김하성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가면서 4년간 2800만달러에 계약하며 좀 더 달라진 위상을 보였다. 총액은 류현진이 더 많았지만 평균 액수로 따지면 김하성이 더 많았다. 그리고 김하성은 3년만에 골드글러브를 받을 정도로 메이저리그에서 주전급 선수로 위상을 높였다.
그리고 3년 뒤 이정후의 차례. 김하성보다 많은 액수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미국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20개 구단이 달려든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로 언론의 관심이 매우 컸다. 언론이 관심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구단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뜻. 그것도 뉴욕 양키스를 비롯한 빅 마켓 구단들이 주목하고 있어 몸값이 올라가는 소리가 들렸다. 이정후의 계약 소식이 들리기 얼마전 몸값이 9000만 달러까지 치솟았다는 현지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진짜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그 이상이었다. 지난 13일(이하 한국시각) 현지에서 6년간 1억1300만달러에 샌프란시스코와 합의했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15일엔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해 샌프란시스코 구단이 공식 발표를 했고, 16일엔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의 홈구장인 오라클 파크를 방문해 공식 입단식과 함께 기자회견까지 했다.
1억1300만달러는 한국 선수 계약으로는 역대 2위다. 1위는 추신수가 텍사스 레인저스와 계약한 7년 1억3000만달러다.
연 평균 액수는 1883만달러로 이 역시 역대 2위다. 1위는 2020년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4년간 8000만달러에 계약한 류현진(평균 2000만달러)이다.
이제 KBO리그에서 뛰어도 충분히 좋은 계약으로 메이저리그로 갈 수 있다는 것을 류현진 김하성이 보여줬는데 이정후는 이를 뛰어 넘어 메이저리그 최상위권 계약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이제 한국인들이 미국에 갔을 때 미국인들에게 자랑스럽게 "두 유 노우 정후 리?(Do you know Jung-hoo Lee)"라고 말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이정후가 팬들과 샌프란시스코의 기대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제2, 제3의 초대형 계약으로 메이저리그를 건너갈 KBO리거가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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