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남자 프로농구 2023년을 마감하는 연말 시리즈에서 '옥에 티'가 있었다. 이른바 '아반도 추락 사건'이다. 지난 12월 28일 고양 소노와 안양 정관장의 경기 도중 끔찍한 장면이 나왔다. 2쿼터 종료 4분24초 전, 정관장의 렌즈 아반도가 공격 리바운드를 잡기 위해 놀라운 점프력으로 훌쩍 뛰어올랐다가 공중에서 중심을 잃은 채 허리와 목으로 바닥에 떨어졌다.
떨어질 때 충격음이 관중석 3층까지 들릴 정도인 데다, 들것이 투입되는 등 상황도 끔찍해 대다수 관중이 비명을 질렀다. 이후 정관장은 아반도가 빠진 채 81대85로 석패를 했다. 아반도는 이튿날 병원 검진에서 요추 3~4번 골절과 손목 인대 염좌, 뇌진탕 소견과 함께 최소 4주 진단을 받았다. 긴 연패 수렁 속에 대릴 먼로가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아반도까지 잃은 정관장으로서는 청천벽력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한 팀의 전력 손실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더 아프다. 한국농구연맹(KBL)의 부실한 심판 관리가 도마에 오르는 계기가 됐다. KBL은 이튿날 정관장의 심판설명회 요청에 따라 판정 심의를 한 뒤 30일 재정위원회를 개최했다. 재정위원회 결과 치나누 오누아쿠(소노)의 비신사적 행위가 인정돼 제재금 300만원 징계를 내렸고, 해당 경기에 투입했던 심판진 3명에 대해 경기 운영 미숙으로 전원 경고 조치했다.
당시 경기장에서는 아반도가 점프할 때 함께 뛰어올랐던 함준후와 접촉한 것으로 보였지만 여러가지 영상 녹화 프레임에서 그 밑에 서 있던 오누아쿠가 아반도의 엉덩이를 손으로 미는 장면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농구계에서는 "하마터면 선수 생명이 끝날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어이없을 정도로 부실하게 대응한 심판에게 경고로 그치는 것은 내 식구 감싸기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그럴 만했다. 당시 소노-정관장전은 경기 초반부터 어수선했다. 양 팀 모두 판정에 어필하는 경우가 잦았고, 심판들도 놓친 부분이 많았던 까닭에 걸핏하면 비디오 판독을 실시했다. 다른 장소에서 같은 시각(오후 7시)에 시작한 울산 현대모비스-서울 삼성전, 수원 KT-대구 한국가스공사전보다 전체 경기 시간이 5~10분 더 걸릴 정도였다.
이날 가장 끔찍했던 아반도 부상 상황에서 심판들은 함준후의 접촉 파울을 선언한 뒤 그 흔하던 비디오 판독을 실시하지 않았다. 들것이 투입되고 아반도가 부축받아 일어나기까지, 심각한 상황이 오랜 시간 지속되는 동안 '혹시 보지 못한 U-파울이 있지 않을까' 궁금해서라도 비디오를 확인할 것 같았지만 심판들은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이런 판정은 재정위원회에서 오심으로 드러났다.
농구에서 U-파울을 엄격하게 보는 이유는 '선수 보호'와 함께 '리스펙트(RESPECT)' 스포츠맨십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리그를 주관하는 KBL과 경기 진행을 이끄는 심판이 '선수 보호'를 위한 운영을 하지 않는데, 어떤 선수가 안심하고 리그에 대한 애정을 쏟아부을 수 있겠느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더구나 미숙한 심판 운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번 시즌에도 줄기차게 크고 작은 오심과 고무줄 판정 기준에 대한 의구심 때문에 심판설명회가 열려 왔다. 그 때마다 KBL은 해당 팀에만 결과를 통보하고 부실 판정에 대한 처분은 '비밀주의'를 고수해왔다. 그 사이 불신은 더 커지고 있다.
시즌이 4라운드로 접어들면서 순위 경쟁과 판정에 더 민감해질 시기다. 부실 판정에 대한 온정주의가 자질 향상을 오히려 저해하는 건 아닌지 다시 고민해 볼 때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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