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죽을 맛이었다. (NC로 간)손아섭 형은 날아다니는데…"
FA 첫 시즌을 돌아보는 롯데 자이언츠 노진혁(35)의 표정은 어두웠다.
4년 50억원을 받고 '원클럽맨' 대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하지만 타율 2할5푼7리 4홈런 51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24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영입 포인트였던 주전 유격수, 20홈런을 때릴 수 있는 거포라는 가치를 채워주지 못했다.
시즌 초에는 끝내기 안타를 치는 등 클러치히터의 존재감을 보여줬다. 5월말까진 도루를 제외한 타격 전부문에서 팀내 1위였다. 팀도 톱3 경쟁을 펼치며 잘 나갔다.
하지만 6월 들어 당한 옆구리 부상이 문제였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않고 무리하게 뛴게 부상을 악화시켰다. 제 컨디션을 되찾은 10월 타율 4할6푼7리(30타수 14안타)로 맹타를 휘둘렀지만, 이미 가을야구는 멀어진 뒤였다.
"우리팀이 6월 들어 급격히 꺾이지 않았나. 빨리 복귀해서 시너지 효과라도 더하고 싶었는데, 잘못된 선택이었다. 슬럼프가 길어지니까 마음이 너무 힘들었다. 10월 같은 컨디션을 좀더 일찍 냈어야하는데."
시즌이 끝난 뒤 노진혁은 이를 악물었다. 비시즌임에도 평일에는 가족들과 거리를 두기로 했다. 그는 "아이들에겐 주말에만 헌신하고 있다. 아들이 야구장도 자주 오고, 돌아다니는 거 좋아하는데…"라며 한숨을 쉬었다.
평일에는 아침 8시까지 창원NC파크에 있는 피트니스로 출근, 몸을 만든다. 오후에는 집 근처의 사직구장으로 넘어와 기술훈련에 몰입한다. "마음 같아선 내야수 후배들 다 모아놓고 같이 훈련하고 싶다"고 했다.
"NC 시절부터 난 후배들 하나하나한테 한마디씩 던지고 잔소리하는 스타일이었다. 우린 당분간 채찍이 필요한 팀이다. 올해부턴 적극적으로 나서서 (전)준우 형을 도우려고 한다."
의도치 않게 손아섭과 소속팀을 맞바꾼 모양새가 됐다. 손아섭이 영구결번까지 거론되던 롯데의 프랜차이즈 스타라면, 노진혁 또한 NC의 창단 멤버이자 핵심으로서 그 존재감이 돋보인 선수였다.
손아섭은 FA 첫 시즌의 부진을 이겨내고 2년차였던 지난해 또한번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생애 첫 타격왕(타율 3할3푼9리)에 4번째 최다안타왕(187개)를 차지하며 골든글러브까지 거머쥐었다. 주장으로서 팀을 플레이오프까지 이끌었고, 포스트시즌에도 맹타를 휘두르며 클러치히터의 면모를 과시했다.
그 손아섭과 비교되는 입장은 말 그대로 '죽을 맛'이었다. 노진혁은 "(손)아섭이 형 첫해 그 마음을 알 것 같다. 나도 2년차에는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유니폼을 바꿔입은 입장이다보니…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변명은 그것뿐"이라며 고개를 푹 숙였다.
김태형 감독에 대한 기대감은 팬들과 한마음이다.
"취임사에서 '상황에 맞게 하겠다' 시원시원하게 말씀하시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 작년엔 나도 좀 힘들었다. 잘 치고 있는데도 번트 나오면 '날 못 믿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 무리 아닌 무리도 많이 했다. 감독님이 좋아하고 지지하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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