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1억 달러(약 1506억원)에 부담감은 느끼지 않지만…책임감을 느낀다."
현실로 다가온 꿈의 문턱. 그 앞에 선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담담했다. 떨림보단 흥분과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이정후는 1일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떠났다. 행선지는 소속팀 샌프란시스코의 스프링캠프가 열리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스코츠데일이다.
야수조의 합류 시기는 오는 15일이지만, 샌프란시스코 구단은 이정후에게 조기 합류 및 구단 시설 이용을 허락했다. 이정후는 "한국에서 할 수 있는 훈련은 다 했다. 야외 훈련만 남았다. 수술한 부위 상태도 아주 좋다. 따뜻한 곳에서 빨리 시작하고 싶었다. 마음가짐은 이미 실전"이라고 강조했다.
꿈꿔왔던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이정후가 가장 상대하고픈 투수는 누굴까. 이정후는 오타니 쇼헤이가 아닌 야마모토 요시노부(이상 LA 다저스)를 꼽았다.
이정후와 야마모토는 1998년생 동갑내기다. 지난 겨울 미국에 함께 진출하게 됐다. 한일 야구를 대표하는 라이벌 관계다.
이정후는 미국 무대 첫 도전임에도 불구하고 6년 1억1300만 달러(약 1506억원)의 매머드급 계약을 따냈다. 이정후는 "(김)하성이 형이 잘해서 내가 좋은 대우를 받은 거다. 내가 잘해야 또 후배들이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부담감보단 책임감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야마모토는 한층 더 대단한 가치평가를 받았다. 다저스와의 계약기간은 무려 12년, 총액이 3억2500만 달러(약 4333억원)에 달한다. 6년차, 8년차 시즌 후 옵트아웃 조건도 포함됐다.
이정후는 "국가대표팀 경기에서 상대해본 적이 있지만, 리그에서 만나면 다른 느낌일지 궁금하다"며 떨림을 숨기지 않았다.
야마모토와의 첫 대결이었던 프리미어12 당시 이정후는 3구삼진이란 굴욕을 경험했다. 하지만 도쿄올림픽 준결승 일본전에선 설욕에 성공했다. 비록 팀은 졌지만, 이정후는 야마모토를 상대로 첫 타석에선 우익수를 넘기는 2루타를 쳤고, 3번째 타석에서도 우전 안타로 동점 찬스를 만들었다.
미국 현지에선 이정후의 올시즌에 대해 희망적인 예측이 잇따라 제시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야구통계 사이트 팬그래프스닷컴은 이정후가 타율 2할9푼1리, OPS(출루율+장타율) 0.785로 리그 타율 톱10 안에 들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삼진율이 9.1%에 불과한 점이 눈에 띈다.
반면 이정후는 자신감은 있으되 조심스럽다. 그는 예상 기록이나 목표를 묻는 질문에 "아직 해보질 않아서 잘 모르겠다"고 거듭 답했다. 다만 "미국 무대 적응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예측대로)그렇게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내 기록은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대에 보답할 수 있도록, 은퇴하는 날까지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속내도 덧붙였다.
인천공항=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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