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아들 덕에 이런 호사도 누려봅니다."
일본프로야구 최고 명문팀인 요미우리 자이언츠. 요미우리의 시즌은 2월부터 시작된다. 워낙 팬들의 관심이 많은 팀이다보니, 미야자키와 오키나와로 이어지는 전지훈련에도 엄청난 팬들이 모여든다.
요미우리에 이번 시즌 더 큰 관심이 쏠리는 건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였던 '전설' 아베가 새롭게 1군 감독으로 취임했기 때문이다. 은퇴 후 2군 감독과 1군 코치로 차근차근 지도자 수업을 받았던 아베는 하라 다쓰노리 감독 후임으로 선임돼 감독 커리어를 시작하게 됐다.
그런데 아베 감독이 이끄는 요미우리 캠프에 낯익은 얼굴이 한 명 있었다. 누군가 했더니 박철우 전 두산 베어스 2군 감독이었다. 왕년의 해태 타이거즈 4번타자로 이름을 떨치다, 은퇴 후 SK 와이번스-KIA 타이거즈-두산 베어스 등에서 2군 감독과 여러 파트 코치로 맹활약했다. 타격 파트의 명코치 중 한 명이다. 프로팀 뿐 아니라 광주진흥고 감독,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 코치로도 일하는 등 풍부한 경험을 갖췄다. 지도자로서 존재감 뿐 아니라 '박세혁 아버지'로 더 유명하다. 박 전 감독의 아들은 NC 다이노스에서 뛰는 국가대표 출신 포수 박세혁이다.
2000년 코치 생활을 시작한 후 거의 쉬는 시즌 없이 달려오다, 2022 시즌 두산 벤치코치 보직을 마지막으로 잠시 그라운드를 떠나있었다. 하지만 환갑의 나이에도 야구에 대한 열정이 식지 않았다. 요미우리 유니폼을 입고 낯선 일본에서 야구 공부를 하는 이유다.
어떻게 된 사연일까. 먼저 박 전 감독은 요미우리 스프링캠프에서 약 2달간 코치 연수를 받는다. 명문 요미우리가 아무에게나 코치 연수를 시켜줄 팀이 아니다. 그래서 유니폼을 입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결론부터 말하면 박 전 감독이 아베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다. 선진 야구를 배우고 싶은데 도와달라고 한 것이었다. 아베 감독은 얘기를 듣자마자 "뭐가 문제될 게 있나. 어서 오시라"며 흔쾌히 OK 사인을 냈다.
그렇다면 조카뻘 되는 아베 감독과 박 전 감독은 어떻게 직접 연락을 할 정도의 인연을 맺었을까. 여기엔 박세혁이 있다. 박세혁과 아베 감독의 친분은 이미 유명하다. 2019년 겨울 아베와 절친했던 고토 고지 코치, 조인성 코치 등의 도움으로 박세혁은 요미우리 베테랑 스타 아베와 괌에서 단 둘이 훈련을 하는 엄청난 행운을 얻었다. 그 인연은 아베 감독이 은퇴를 하고, 2군 감독 부임이 결정난 2020년 겨울에도 이어졌다. 아베 감독은 자신을 어려워하는 일본 후배들과 다르게 붙임성 있게 다가오는 박세혁을 알뜰살뜰 챙겼다. 그 때 훈련이 끝이 아니었다. 두 사람은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가 됐다. 그 과정에서 박 전 감독도 자연스럽게 아베 감독과 친분을 쌓았다.
박 전 감독은 "괌 훈련 중 식사도 자주 하고 많은 얘기를 나눴었다. 아베 감독이 '술을 정말 잘 드신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하며 웃었다.
박 전 감독은 "현장에서 치열하게 싸우다 잠시 쉬는 시간을 갖고 있었는데, 몸이 근질근질 하더라. 나이 든 지도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공부를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아베 감독에게 연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본팀에서 이런 경험을 하는 건 처음이라고. 쌍방울 레이더스에서 현역 은퇴한 후 야쿠르트 스왈로스로 연수를 떠날 기회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무산됐고, 20년이 훌쩍 넘어 처음 일본 야구를 생생하게 접하게 됐다.
박 전 감독은 "배울 점이 정말 많다. 일단 투수들은 캐치볼할 때부터 다르다. 기본기가 정말 탄탄함을 느낀다. 불펜 피칭에서도 제구가 흔들리는 투수가 거의 없다. 그런데 선수들의 폼은 각기 달라도 팔 스윙, 체중 이동 등은 일관성이 있다는 게 흥미롭다"고 말하며 "에이스 스가노도 튀지 않는다. 다른 선수들이 하는 모든 기본 훈련을 성실하게 수행한다. 그리고 일본 투수들은 몸쪽 공을 던지는 훈련을 따로, 많이 하는 부분도 눈여겨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전 감독은 이어 "타자들은 능력치가 우리 타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타자들 역시 기본, 또 기본이다. 향후 현장에 돌아갈 수 있다면 지금의 경험들이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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