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이번 오프시즌 '스타 군단' LA 다저스에서 주목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 선수를 꼽으라면 바비 밀러가 아닐까 싶다.
그는 지난해 5월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시즌 끝까지 로테이션을 지켰다. 5월 24일(이하 한국시각)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원정경기에서 5이닝 4안타 1실점의 호투를 펼치며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하자 오렌지 카운티 레지스터 빌 플렁켓 기자는 '바비 밀러가 근엄하게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고 논평했다.
당시 밀러는 라커에서 동료들로부터 맥주, 케첩, 겨자, 샴푸가 뒤섞인 샤워 세례를 받은 뒤 "정말 대단하다. 모든 순간이 좋았다. 끔찍한 액체들이 날 뒤덮었지만, 너무 좋았다. 그런 순간은 감사해야 한다. 일생에서 단 한 뿐이 경험이었다"고 기뻐했다.
이후 밀러는 4경기 연속 5이닝 이상 1실점 이하의 호투를 이어가며 다저스 로테이션의 한 축으로 자리잡았다.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난조를 보이며 루키의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지만, 시즌을 22경기에서 124⅓이닝, 11승4패, 평균자책점 3.76, 119탈삼진의 호성적으로 마치며 무너진 다저스 로테이션에서 가장 돋보이는 성적을 남겼다. 작년에 다저스는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가 한 명도 없을 정도로 시즌 내내 불안했다.
밀러가 이제 첫 풀타임 시즌을 앞두고 본격적인 몸 만들기에 들어갔다. 밀러는 지난 10일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캐멀백랜치에서 막을 연 스프링트레이닝에 소집 등록을 했다.
그런데 이번 다저스 캠프에서 주목받는 선수는 오타니 쇼헤이, 야마모토 요시노부 두 일본인 선수다. 오타니는 10년 7억달러, 야마모토는 12년 3억2500만달러에 각각 계약을 맺고 다저블루를 입었다. 다른 다저스 선수들조차 오타니와 야마모토의 일거수일투족을 주목한다. 올해도 메이저리그 최저 연봉을 받는 밀러가 '감히' 다가서기 힘든 거물급들이다. 매년 7000만달러로 책정된 오타니와의 연봉 차이는 무려 100배에 이른다.
그러나 밀러는 다저스에서 오타니 못지 않은 전력 요소다. 선발 로테이션을 굳건하게 떠받칠 3선발로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MLB.com이 13일 게재한 30개 구단 개막전 예상 라인업을 보면 밀러는 다저스 5인 로테이션에서 야마모토, 타일러 글래스노에 이어 3선발이다. 4,5선발은 각각 제임스 팩스턴과 에밋 시한.
2022년 8월 토미존 서저리를 받고 재활 중인 워커 뷸러는 시즌 초 막바지 재활을 소화해야 하고, 오타니는 지난해 9월 팔꿈치 수술을 받아 올해 투수로는 나서지 않으니 밀러를 절대 가볍게 보기 어렵다.
MLB.com은 이날 '2024년 사이영상 유력 후보들과 다크호스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밀러를 다크호스 1순위로 거론했다.
매체는 'LA에 스타들이 모였음을 감안하면, 데뷔 첫 4차례 선발등판서 2실점 밖에 하지 않은 톱 유망주 밀러를 배출한 작년 시즌은 잊혀지기 십상이다. 그는 기세를 유지하지 못했지만,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치렀다. 99.7마일에 이르는 패스트볼 덕분'이라며 '더욱 흥미로운 것은 스피드와 움직임에서 그와 매우 닮은 투수들이 게릿 콜, 제이콥 디그롬, 헌터 그린, 스펜서 스트라이더라는 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은 야마모토나 오타니, 혹은 워커 뷸러와 무키 베츠, 프레디 프리먼 때문에 밀러를 잊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무미 건조한 이름을 지닌 그는 엄청난 시즌을 만들 자질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밀러는 지난해 포심 패스트볼 구속이 최고 101.5마일(약 163㎞), 평균 99.1마일을 찍었다. 포심은 전체 선발투수 중 가장 빨랐다. 그가 던진 포심 556개 가운데 24.3%인 135개가 100마일 이상을 나타냈다. 포심의 런 밸류(Run Value)는 11로 상위 14%였다. 평균 98.7마일의 싱커와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도 능수능란하게 던졌다.
MLB.com의 이 기사에서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후보 순위는 스트라이더, 로간 웹, 잭 휠러, 센가 고다이, 야마모토 순이었다. 밀러는 순위권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다크호스로 주목해야 할 투수임은 틀림없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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