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츠데일(미국 애리조나주)=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29년 만의 우승, 팬들과 함께 해야 의미가 있다는 LG의 품격.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에 위치한 텍사스 레인저스 스프링캠프인 서프라이즈 스타디움. 텍사스의 시범경기가 있는 날이 아닌데도, 캠프에 많은 팬들이 방문했다.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느라 여념이 없었다.
텍사스는 연고지 댈러스 지역 충성도 높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인기 측면에서 전국구라고 하기는 힘들다. 그런데 먼 애리조나까지 팬들이 찾아오는 건, 우승 효과라고 봐야 한다. 텍사스는 지난 시즌 창단 62년 만에 감격의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그런데 메인 출입구 옆에 팬들의 긴 행렬이 이어졌다. 뭐가 있는데, 기다림도 마다하고 줄을 섰을까. 슈퍼스타이자 월드시리즈 MVP 코리 시거 사인회라도 열렸을까. 그런데 시거는 탈장 수술로 캠프에 입성조차 못했다.
그런데 시거보다 더 대단한 것이 있었다. 바로 메이저리그 우승 트로피. 심지어 진품이었다. 텍사스 구단은 멀리 자신들의 스프링캠프까지 찾아준 팬들을 위한 특별한 팬서비스를 한 것이었다. 단순히 보게만 하는 게 아니라, 트로피와 함께 팬들이 기념 촬영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더욱 세심한 건 혼자 온 팬이나, 가족팬들을 위해 사진을 찍어주는 직원까지 배치했다는 것이었다.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마주한 팬들은 감격에 겨워했다.
다음날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 위치한 LG 트윈스 캠프를 찾았다. 염경엽 감독에게 이 얘기를 했다. 염 감독은 엄청난 야구 지략가지만, 경기 외적 팬서비스 등도 많이 신경을 쓰는 감독이다. 인터뷰에 늘 열심인 것도, 팬들에게 구단의 상황과 자신의 생각 등을 공유하고 싶다는 의도 때문이다.
염 감독은 바로 현장에 있는 프런트에 "우리 LG도 이런 팬서비스를 고려하면 좋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러자 그 관계자가 "사실 저희도 준비를 하고 있었다"라며 쑥스러운 듯 웃었다.
없는 계획을 있다고 한 게 아니라, LG는 정말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 이벤트를 준비중이었다. 스포츠단 뿐 아니라 LG 그룹과도 긴밀히 얘기중이다. 세부 계획 등은 더 준비가 돼야 하지만, 확실한 건 정규시즌 개막 시점부터 약 2주간 팬들이 홈 잠실구장에서 KBO리그 우승 트로피를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 전시가 아니라, 텍사스 예와 같이 더 적극적인 팬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LG는 창단 후 수도 서울을 연고로 하며 충성심 높은 열혈팬들과 함께 하며 인기 구단으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유일한, 가장 큰 아쉬움은 우승이 없었다는 것이다. 1994년 이후 이어져왔던 무관의 한을, 지난해 29년 만에 통합 우승으로 풀었다. 한국시리즈 내내 잠실구장을 유광점퍼를 입은 팬들로 가득찼다. 우승의 순간, 팬들은 눈물을 흘렸다. 숨어있던 LG팬들이 모두 뛰쳐나와 '나는 LG팬이다'를 떳떳하게 외쳤다.
팬 없는 우승은 의미가 없다는 걸 아는 LG는 역대급 트로피 팬서비스를 준비중이다. KBO리그에서는 역대 이런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오랜만에 우승해 '오버' 한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LG의 이런 선구자적 팬서비스는 구단 뿐 아니라 그룹의 품격도 올려줄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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