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스프링트레이닝 캠프가 마련된 애리조나주 피오리아 스타디움에는 요즘 다른 선수들과 달리 수비 연습이 한창인 선수가 눈에 띈다.
바로 잰더 보가츠다. 그는 올해부터 김하성과 수비 포지션을 바꿔 2루수를 맡는다. 보가츠는 메이저리그 11시즌 동안 선발출전 기준으로 유격수로 1325경기, 3루수로 50경기, 지명타자로 18경기에 각각 출전했다. 2루수를 본 적이 없다.
팀 레이퍼 내야수비 코치가 쳐주는 펑고를 받느라 정신이 없다. 하루 30분 정도 레이퍼 코치의 도움을 받으며 수비 훈련을 실시 중이라고 한다.
MLB.com은 27일(한국시각) '수비 변경 임무에 대한 보가츠의 생각'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보가츠의 2루수 적응기를 소개했다.
기사를 쓴 AJ 캐서벨 기자가 2루수로 포지션을 바꾸면서 겪는 어려운 점을 물었다. 그는 "2루를 밟고 방향을 1루로 돌리는 턴(turn)이다. 3루수와 유격수로부터 공을 받아 1루로 던지는 게 어렵다. 난 꽤 오랫동안 그것을 한 방향으로 보는 것에만 익숙하다"고 밝혔다.
3루수와 유격수는 몸의 방향을 한 쪽에서 다른 쪽으로 돌릴 일이 거의 없다. 포구와 송구가 모두 한 방향이며 시선도 주로 자신의 왼쪽을 향한다. 그렇지만 2루수는 타구를 잡고 1루 뿐만 아니라 2루로도 던져야 하고, 송구를 받을 때도 좌측, 우측에서 오는 공을 모두 커버해야 한다.
보가츠는 메이저리그 뿐만 아니라 마이너리그 시절에도 2루수를 본 적이 없다. 당연히 방향을 돌리는 동작이 낯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보가츠는 "그렇다고 다른 동작들이 쉽다는 건 아니다. (중계시 유격수와는)다른 컷오프 규칙과 배워야 할 각도와 더블플레이 조합 등도 있다"고 했다. 다시 말해 모든 동작이 유격수와는 다른 방향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공을 중계할 때와 더블플레이할 때 2루수에 맞는 동작과 커버 범위, 송구 각도를 배우고 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마이크 실트 샌디에이고 감독은 "많은 뉘앙스를 담은 말들이다. 그에게는 새로운 포지션이지만, 그는 매우 높은 수준의 야구 아이큐(baseball IQ)를 갖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물론 보가츠는 유격수 시절 지금은 금지돼 있는 극단적인 수비 시프트를 수행하면서 2루수 위치에서 공을 받고 던진 적이 있다. 2루수가 완전히 낯선 위치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스프링트레이닝서 행한 2루수 수비 훈련을 순조롭게 소화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보가츠는 "오늘 머리가 아팠다. 2루수 자리에 서서 공이 유격수와 3루수로 가는 걸 집중해서 봐야 했다. 보통 그런 공들은 내 오른쪽에서 이뤄진다. 옆으로 눈을 돌려 보기 때문에 (이전과는)다르게 느껴진다"고 했다.
MLB.com은 "보가츠는 11년 동안 한 가지 방법으로 수비를 했는데, 이제는 완전히 바꿔야 한다. 머리가 아플 만하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스프링트레이닝이다. 다음 달 다저스와 정규시즌 개막전을 치르는 한국으로 가 필드로 나갈 때까지 자연스럽게 익숙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그런데 보가츠는 이날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전에서 1회초 수비 때 1사 1루에서 상대 라몬 로리노의 땅볼을 잡아 2루로 던진 것이 높게 제구되는 바람에 송구를 받은 유격수 김하성의 발이 베이스에서 떨어져 1루주자 조시 네일러가 세이프됐다. 보가츠의 2루 송구 실책이 주어졌다. 보가츠가 어렵다고 한 방향에 관한 실책이었다.
샌디에이고가 올해 김하성을 유격수로 복귀시킨 것은 그의 수비력을 최대한 이용해 내야 수비진 안정을 꾀하기 위함이다. 작년 11년 2억8000만달러(약 3732억원)에 FA 계약을 맺고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은 보가츠는 유격수를 내놓는다는 게 자존심을 상할 수도 있는 문제다. 그러나 그는 구단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이고 2루수 변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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