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지금 잔디 걱정할 때냐", "자리는 영원하지 않아". 현역 시절 포항 스틸야드를 뜨겁게 달군 '87학번 동기'인 홍명보 울산 HD 감독과 박태하 포항 스틸러스 감독은 이미 설전을 주고받았다. 9개월간의 대장정이 시작된다. K리그의 계절이 돌아왔다.
'하나은행 K리그1 2024' 1라운드가 3월 1~3일 열린다. 올 시즌 개막전은 울산과 포항의 '동해안 더비'가 장식한다. 삼일절 오후 2시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휘슬이 울린다. 2년 연속 K리그1을 제패한 울산은 디펜딩챔피언, 포항은 FA컵 우승팀 자격으로 개막전에 초대됐다. 흥미로운 운명이다. 홍 감독과 박 감독은 포항의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레전드다. 길이 갈라졌다. 포항, FC서울, A대표팀 코치를 역임한 박 감독은 올 시즌 포항의 지휘봉을 잡았다. 사령탑으로 K리그에서 첫 발을 뗀다. 데뷔전 상대가 '아군'이었던 홍 감독이라 이채롭다.
홍 감독은 K리그에서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지난해 4월 최단 기간 50승을 달성한 그는 2022년에는 17년 만의 정상, 지난해에는 창단 후 첫 2연패를 울산에 선물하며 최고의 자리에 올라있다. 울산과 포항은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를 통해 첫 선을 보였다. 희비가 엇갈렸다. 울산이 반포레 고후(일본)를 상대로 2전 전승으로 8강에 오른 반면 포항은 전북 현대에 1무1패를 기록, 16강에서 탈락했다. 울산은 새 영입 선수 김민우 고승범 황석호가 빠르게 팀에 융화됐다. 포항은 제카, 고영준, 그랜트, 하창래 등 주축 선수들의 이적으로 인한 전력 누수가 컸다.
울산은 지난 시즌 포항을 상대로 2승2무를 기록했다. 홍 감독은 "지난 시즌 위기 속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많은 것을 준비했다. 최근 걱정하셨을 팬들을 위해 개막전을 반드시 승리하겠다"라고 했다. 박 감독은 "ACL 경기를 통해 경쟁력을 보여줬다"고 자평한 후 "큰 변화를 맞고 있지만 올해도 명가의 자존심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울산의 아성에 도전장을 낸 '영원한 우승후보' 전북도 이날 오후 4시30분 무대에 오른다. '빅4'를 꿈꾸는 대전하나시티즌을 '전주성'으로 불러들인다. 전북은 지난 시즌 10년 만의 무관에 울었다. '폭풍 영입'이 또 화제가 됐다. 지난해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K리그에서 검증된 티아고, 에르난데스를 영입, 스쿼드는 더 풍성해졌다. 단 페트레스쿠 감독은 지난해보다 더 나은 시즌을 약속했다. 대전은 이순민 김승대 홍정운을 품에 안았다. 화두는 '미친 공격'이다. 전북과 대전의 충돌은 화력 대결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티아고가 친정팀을 향해 창을 겨눈다.
광주FC와 서울의 충돌도 흥미진진하다. 두 팀은 3월 2일 오후 2시 광주축구전용구장에서 맞닥뜨린다. 이정효 광주 감독은 서울과의 지난 시즌 첫 만남 후 "저렇게 축구하는 팀에 져 분하다"는 말로 숱한 화제를 뿌렸다. 이후 묘한 라이벌 전선이 구축됐다. 상대하는 적장이 바뀌었다. 포항을 성공적으로 이끈 김기동 감독이 서울 사령탑으로 첫 시험대에 오른다. 서울은 '기동매직'과 더불어 K리그 역대 최고의 외인 맨유 출신의 제시 린가드를 수혈하며 울산과 전북을 위협하는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지난 시즌에는 서울이 이 감독의 도발에 반발하며 2승1패로 우세했다. 새로운 전쟁이 시작된다.
올 시즌 K리그1은 중위권이 두텁게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사령탑들도 울산, 전북, 서울 등을 제외하면 그 날의 컨디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안갯속에선 기선 제압이 중요하다. 첫 단추를 어떻게 꿰느냐에 따라 운명은 달라질 수 있다. 바람을 타면 더 큰 크림을 그릴 수 있다. 3월 2일 오후 4시30분 인천 유나이티드와 수원FC, 강원FC와 제주 유나이티드의 만남, 3월 3일 오후 2시 대구FC와 김천 상무의 충돌도 그야말로 혈전이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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