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샌프란시스코의 안목이 대단했던 건가.
미국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미국 전역을 깜짝 놀래키고 있다. 잘할 거라고 예상은 했는데, 시작부터 이렇게 '대폭발' 할 거라곤 예상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저 '미쳤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이정후는 1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솔트리버필즈앳토킹스틱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시범경기에 1번-중견수로 선발 출전, 3타수 2안타를 쳤다. 그런데 그 2안타가 모두 장타. 2루타에 홈런이었다.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첫 시즌, 첫 스프링캠프, 첫 시범경기다. 모든 게 낯설다. 그런데 두 번째 시범경기에서 홈런이 나왔다, 심각하게 해석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정후는 지난 15일 샌프란시스코 캠프에 입성했다. 이후 훈련을 통해 순조롭게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시범경기 개막을 앞두고 우측 옆구리에 불편함을 호소했다. 첫 실전 스타트를 앞두고 불길한 기운이 감돌았다.
하지만 "정말 아무렇지 않은, 알 배김 정도"라고 했던 이정후의 말을 믿어야 했다. 구단, 밥 멜빈 감독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천천히 실전을 준비한 이정후는 28일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홈경기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모두의 관심이 모인 경기. 이정후는 상대 올스타 투수 조지 커비를 상대로 첫 타석 안타를 치며 화려한 신고식을 마쳤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두 번째 실전인 애리조나전에서 전국에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6년 1억1300만달러(약 1510억원) 몸값이 '거품'이라는 현지 지적에 제대로 반격타를 날렸다. 한국에서 온 신인 야수가 두 번째 실전에서 홈런, 2루타를 쳤다는 건 놀라운 소식일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원정 경기였다. 메이저리그 주전급 선수들은 시범경기 초반 원정을 잘 가지 않는다. 홈에서 컨디션을 끌어올린다. 그런데 이정후는 원정까지 갔다. 물론, 애리조나 홈구장이 스코츠데일 스타디움과 멀지 않은 곳이기는 하다. 그래도 처음 경험하는 새로운 구장에서 아랑곳 하지 않고 맹타를 휘둘렀다는 게 환경적 요인에 전혀 지배를 받지 않는다는 걸 증명했다. 적응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다.
이정후는 1회 첫 타석 상대 선발 라인 넬슨으로부터 2루타를 뽑아냈다. 2S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넬슨이 던진 커브를 걷어올려 우측 라인드라이드 타구를 만들었다. 상대 우익수 키를 넘기는 장타. 2루타가 됐다. 시애틀전 첫 안타 때도 2S 상황서 컨택트 능력을 발휘했는데,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3회에는 홈런이 나왔다. 마찬가지로 넬슨을 상대했다. 1B2S 상황서 넬슨이 카운트를 잡기 위해 던진 4구째 직구를 제대로 받아쳤다. 이정후의 타구는 탄도가 낮다. 의도적으로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만들기 위해서다. 그런데 힘이 실려 뻗어나가면 담장을 넘기기 충분하다. 연습 타격 때도 이를 잘 보여줬다. 이정후는 "의도적으로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만든다. 홈런은 그러다 나오는 것"이라고 의연하게 말했다. 이날도 타구에 힘이 실렸다. 타구 속도가 109.7마일이 나왔는데, 미사일 같이 날아가 외야 펜스를 넘어갔다.
이정후는 6회 수비를 앞두고 대수비와 교체돼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날 샌프란시스코에서 유일한 멀티히트 타자가 됐다. 팀이 1대2로 졌는데, 유일한 1점이 이정후가 만든 홈런에서 나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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