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선수로서 황혼기에 접어든 시점에 2차 드래프트로 팀을 옮겼다. 왕년엔 65억 FA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사나이다.
올해 나이 39세. KT 위즈 우규민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다.
우규민의 표정은 밝았다. 그는 "기회를 받아서 너무 좋다. 이강철 하면 모든 사이드암 투수의 로망 아닌가. 언젠가 한번 같이 해보고 싶다는 소원이 있었는데 이루게 됐다. 오자마자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 조언을 받았다. 친구(박경수)도 있어서 하루하루 기분좋게 훈련하고 있다"며 웃었다.
박경수와는 LG 트윈스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 우규민은 "LG 암흑기의 주동자들"이라며 웃었다. LG가 지난해 29년의 아쉬움을 딛고 마침내 한국시리즈 우승을 품에 안았기에 한결 편안하게 할 수 있는 말이다. 18세 신인이던 2003년부터 2016년까지 14년을 뛴 팀, 20대를 송두리째 바쳤던 팀의 우승인데 그 자리에 나는 없다. 아련한 아픔일 수 있다.
"기분이 남다르긴 했죠. LG가 드디어 우승을 했구나 하는 감정적인 부분. 그런데 그때 같이 암흑기를 보낸, 동고동락한 선수들이 많지 않아 아쉽더라고요. (오)지환이가 있어서 다행이지만, (채)은성이도 없고. 남아있던 선수들에게 축하해줬죠."
삼성에서 KT로 옮기는 과정도 인상적이었다. 우규민은 금액에 걸맞는 기대치를 채우진 못했지만, 5년 연속 50경기 이상 등판, 7년간 81홀드(2021년 24홀드)를 올리며 삼성 불펜의 베테랑 버팀목 역할을 했다.
지난해 삼성 연말 팬미팅 행사는 선수들과 함께 하는 운동회 컨셉트로, '구자욱팀' '우규민팀'으로 나뉘어있었다. 이미 팀원들도 모두 뽑은 상황에서 소속팀이 바뀌었다. 우규민은 마지막까지 팬서비스에 최선을 다했다.
우규민은 "팀 짜는 영상도 다 찍어놨는데 그렇게 됐다. 내 이름이 걸리지만 않았어도 모르겠는데…(난감했다)KT 쪽에 양해를 구하고, '차라리 이 기회에 팬들께 인사하고 마무리하겠다' 해서 삼성 쪽도 OK가 났다"면서 "보기좋게 잘 끝나서 다행"이라며 웃었다.
"2번째 팀이지만 7년이나 뛰었지 않나. 그동안 성적이 좀 났으면 더 좋았을 텐데. 속상한 마음이 있다. 후배들에게 '항상 내가 잘할 수 있는 거 잘 찾아서 해라. 투수는 언제나 준비돼있어야한다' 그런 얘기를 마지막으로 해줬다."
KT는 젊은 팀이다. 특히 불펜의 핵심인 필승조는 이상동-손동현-박영현으로 구성된다. 이들을 이끌어야할 우규민의 역할이 간절했다.
우규민은 "내가 야구를 좀 오래 했다지만, 선후배가 어디 있나. 야구에는 세대차이가 없다. 잘하는 거 있으면 같이 배우고 공유할 뿐이다. 그만큼 다들 서로 야구에 진지하니까"라며 웃었다.
올해부터 KBO리그에는 ABS(자동 볼판정 시스템, 일명 로봇심판)가 전격 도입된다. 야구 시스템 자체가 바뀌는 대격변이다. 우규민은 "투수나 야수나 불만이 많을수 밖에 없다. 오랜 경험으로 익숙해진 부분이 있는데, 달라진 기준을 잘 모르겠다"고 속상해했다.
올해로 20번째 시즌이지만, 우규민은 아직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아보지 못했다. KT의 우승을 상징하는 '박경수+유한준 환영씬'을 떠올릴 때마다 친구가 한없이 부러운 이유다. 그는 "경수랑 2021 한국시리즈 시작할 때부터 매일 통화했는데…'이기면 네가 MVP'라고 얘기해줬는데, 말이 씨가 되서 더 기분좋았다"고 했다. 이어 "아직 한국시리즈 우승 못해본 선수? 강민호 손아섭 전준우, 저 말고도 몇명 더 있다. 유강남은 좀 더 해야되고"라며 웃었다.
올해 KT는 LG-KIA와 함께 우승후보 톱3에 꼽히는 강팀이다. 류현진이 복귀한 한화도 다크호스로 평가된다.
"설레발일지 모르겠지만, 올해는 자신감이 있다. KT가 그만큼 강팀이다. 작년에도 밑에서 치고 올라오지 않았나. 우승하면 너무 좋을 것 같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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