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정후와 페디가 맞붙으면 누굴 응원할 건가요."
짓궂은 질문을 던졌다. "전 그날 결근할 겁니다"라는 유쾌한 답이 돌아온다.
인상도, 성격도 참 좋다. 이정후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생긴 느낌이다.
이정후는 미국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6년 1억1300만달러의 엄청난 계약을 맺었다. 야구는 어디서 하든 똑같다지만, 새로운 나라와 새로운 문화에 적응해야 하는 숙제가 있다.
그래서 중요한 소통 창구가 통역 직원이다. 이정후의 입과 귀 뿐 아니라 손과 발 역할까지 다 해줘야 한다. 선수가 다른 것에 신경쓰지 않고, 마음 편히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게 프로 스포츠 통역의 폭넓은 역할이다.
이정후의 통역은 한동희(29)씨다. 이정후와 큰 접점은 없었다.
그런데 인연이, 새로운 인연을 맺어줬다. 한 통역은 지난해 KBO리그 NC 다이노스에서 일했다.
'슈퍼 에이스' 에릭 페디의 통역이었다. 페디는 지난 시즌 KBO리그에 진출, MVP에 오른 뒤 꿈에 그리던 메이저 무대에 재입성했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2년 1500만달러 계약을 체결했다.
페디와 이정후는 같은 보라스 코퍼레이션 소속이다. 이정후가 통역을 찾는다는 걸 알고, 페디가 한 통역을 적극 추천했다고 한다. 한 통역은 "처음에는 페디가 연결을 시켜준 걸 모르고 있었다. 나에게는 꿈과 같은 일이었는데 너무 감사하게 이렇게 인연이 닿았다"고 설명했다.
한 통역은 초등학교-중학교 시절 캐나다에 살았다. 어린 시절 영어를 배워 원어민 수준으로 듣고 말할 수 있다. 고등학교와 대학교는 한국에서 나왔다. 야구를 너무 좋아했다고 한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전설의 마무리 트레버 호프만 '광팬'이었다. 그런 그에게 외국인 선수 통역은 매력적인 직업이었다.
첫 시작은 V리그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배구단 통역이었다. 그리고 NC로 이직을 해 야구계에 발을 들였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무대까지 진출했다. 이정후도 메이저라는 큰 무대에 진출했는데, 한 통역도 자신의 업계에서 큰 꿈을 이룬 셈이다.
한 통역은 "스포츠 통역은 단순이 언어만 전달하는 게 아니라, 경기장 안팎에서 선수를 챙기는 일을 해야 한다. 다행히 나는 페디, 이정후라는 두 명의 너무도 훌륭한 선수들을 만났다. 행운이다. 두 사람 모두 실력도, 인격도 최고라고 자부한다"고 말하며 "나는 이제 정후의 통역으로, 내가 바라는 건 정후가 여기서 성공하는 것밖에 없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이정후도 "내가 동희 형을 너무 못살 게 구는 것 같다. 필요한 많은 걸 요구하는데, 다 들어주신다. 정말 고맙다"고 화답했다.
한 통역은 "메이저 무대에서 이정후와 페디가 맞대결을 하면 누구를 응원할 것이냐"고 물었다. 한 통역은 "절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어 "눈 감고 있을 거다. 아니다. 그날은 출근 안할 거다"라고 말하며 두 사람에 대한 고른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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