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설마 어기는 감독이 나올까요."
LG 트윈스의 스프링캠프가 차려졌었던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염경엽 감독과 새 시즌에 대한 얘기를 나누던 중, 질문을 던졌다. "피치클록 시범 운영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24 시즌을 앞두고 대변혁을 시도한다. 로봇심판 제도가 도입된다. 그치고 정해진 시간 안에 공을 던지고 방망이를 쳐야하는 피치클록도 시도하려 했다.
하지만 너무 급진적인 변화에 10개 구단 감독들이 반기를 들었다. 로봇심판까지는 이해하지만, 피치클록은 당장 현장을 너무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작전이 많은 한국야구 특성에 피치클록 도입은 너무 급진적이라는 지적이었다.
그래서 KBO는 합의안을 만들었다. 전반기는 시범 운영을 한다는 것이다. 해보고, 괜찮으면 후반기 정식 도입을 한다는 취지다.
적응기를 준다는 것, 생각은 좋다. 하지만 큰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 일단 시행하는 하는데, 페널티가 없다. 다시 말해 피치클록을 어겨도 경기 내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 이런 가정을 해볼 수 있다. A팀의 10연승이 걸렸다. A팀이 1-0으로 앞서는 9회말. 그런데 2사 만루 위기다. 풀카운트 승부. 마무리 투수가 힘이 빠졌다. 마지막 공을 15초 내에 던졌다가는 왠지 공이 빠질 것 같다. 그래서 룰을 어긴다. 그렇게 시간을 벌고, 힘을 모아 승리를 지킨다. 상대팀 감독 입장에서는 너무 힘이 빠지지 않을까. 그리고 이런 사례가 한두번 나오면 악용하는 경우가 늘어날 수 있다.
견제도 마찬가지다. 피치클록 제도 하에서는 한 타자 상대 견제는 3개까지다. 어기면 보크다. 그런데 시범 운영 기간에 4개, 5개를 해도 페널티가 없다. 이렇게 주자를 잡아버리면 정말 난처해질 것 같다.
염 감독은 이에 대해 "감독들끼리 시범 운영이지만 무조건 지키자고 얘기를 했다. 이걸 어기면, 시범 운영을 하는 의미가 없어진다"고 강조했다. 정말 이기고 싶은 순간은 감독도 흔들리지 않겠냐는 질문에 염 감독은 "그렇게 자존심 구겨가며 이기면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고 잘라 말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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