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성범이형은 아직 성에 안 차는 것 같더라. 나보고 '귀엽다, 초등학생 같다'고 한다."
KIA 타이거즈 외야수 최원준. 그동안 호리호리한 몸과 빠른 스피드로 중견수 자리를 책임져 왔다. 그런데 올 시즌을 앞두고 몸이 부쩍 커진 느낌이다.
몸만 커진 게 아니다. 최원준은 1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펼쳐진 한화 이글스와의 시범경기에서 1회초 선제 솔로포를 터뜨리면서 팀의 3대0 승리에 일조했다. 첫 타석에서 한화 외국인 투수 펠릭스 페냐가 뿌린 147㎞의 높은 코스 직구를 걷어올려 우측 담장을 넘겼다. 측정된 비거리는 115m. 그동안 단타 위주의 타자로 여겨졌던 최원준이기에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거리다.
최원준은 비시즌 기간 웨이트 트레이닝을 비결로 꼽았다. 그는 "그동안 짧게 치는 스윙을 해왔는데 웨이트를 병행하면서 복합적인 스윙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며 "체중도 늘었지만 근육량도 늘어났다. 타구 속도나 비거리가 많이 늘어난 것 같다. 주변에서도 그렇게 이야기 해주시더라"고 말했다. 이어 "이 시기에 홈런을 쳤던 기억은 없는 것 같다. 비시즌 기간 준비가 잘 됐다는 생각에 만족스럽다"고 덧붙였다.
주장 나성범이 멘토 역할을 했다. 나성범은 지난해 김도영의 웨이트 트레이닝을 도와준 경험이 있다. 이후 '성범스쿨 2호 수강생'으로 최원준을 꼽은 바 있다. 최원준은 "(나)성범이형을 따라 해보려 했다. 처음 해보는 거라 다 해보고 있다"며 "그런데 성범이형은 성에 안 차는 것 같더라. 나보고 '귀엽다, 초등학생 같다'고 한다. 성범이형은 10년 넘게 해왔지만 나는 이제 3~4개월 했으니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웃었다.
KIA는 올 시즌을 앞두고 진행한 전략세미나를 통해 기존 중견수 소크라테스 브리토를 코너 외야수로 이동시키고 최원준을 중견수 자리에서 활용하기로 의견을 모은 상태. 타선 구성에서도 리드오프 박찬호에 이은 2번 타자로 세워 중심 타선 첫 주자인 김도영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 역할을 부여했다. 이 감독은 "기동력, 출루율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한 조합"이라며 "4번 타자 자리에서 해결을 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1~3번을 형성하는 박찬호 최원준 김도영이 밥상을 차리는 데 포커스를 맞춘 상위타선 조합. 연결고리인 최원준의 활약도 그만큼 중요할 수밖에 없다.
최원준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시범경기에서 나온 홈런엔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눈치. "지금의 결과보다는 시즌 때 잘 하는 게 우선"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와 태극마크를 다는 등 어느새 팀을 넘어 KBO리그를 대표하는 중견수 중 한 명으로 성장한 그가 보여줄 올 시즌 그림에 대한 기대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대전=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