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여자 프로농구(WKBL) '최고의 격전'이 되어야 할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에서 최악의 졸전이 나오고 말았다.
플레이오프는 챔피언으로 향하는 여정이다. 한 시즌 동안 치열한 정규리그를 펼친 끝에 그래도 뛰어난 경기력을 보인 상위 4개 팀이 맞붙어 '챔피언 타이틀'에 도전할 팀을 가리는 관문이다. 팬들의 기대치 또한 높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14일 용인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용인 삼성생명과 아산 우리은행의 '2023~2024 우리은행 우리WON' 여자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3차전은 그런 팬들의 기대감을 여지없이 무너트렸다. 양팀 모두 '플레이오프'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의 처참한 경기력으로 졸전을 펼쳤기 때문이다. 어이없는 슛 미스와 실책이 난무했고, 선수들의 움직임은 무디기만 했다.
결과적으로 이날 경기는 여러 모로 '역대 WKBL 플레이오프 최악의 경기'가 됐다. 갖가지 진기록이 쏟아졌다. 우선 2쿼터에서 양팀은 각 6득점에 그치면서 총 12점으로 역대 WKBL 플레이오프 사상 '양팀 합계 한 쿼터 최소득점'기록을 경신했다. 종전 기록은 13점이었다. 2008~2009 플레이오프 금호생명-삼성생명 전 등 2번 나온 적이 있다.
이어 양팀 합산 43점(삼성생명 22점, 우리은행 21점)으로 '역대 플레이오프 전반 최소득점' 신기록을 세웠다. 2012~2013시즌 플레이오프 2차전 신한은행-삼성생명 전에서 나왔던 45점에서 2점을 끌어내렸다.
또한 홈팀 삼성생명은 3쿼터에 단 2점 밖에 넣지 못하며 '역대 플레이오프 한 쿼터 팀 최소득점 신기록'까지 세웠다. 쿼터 시작 후 5분 50초가 지나서야 배혜윤이 겨우 골밑에서 1골을 넣었다. 이 기록은 앞으로 오랫동안 깨지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3쿼터에서 처참히 무너진 삼성생명은 결국 '역대 플레이오프 팀 최소득점' 신기록까지 세웠다. 이날 결국 38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지난 2008~2009년 금호생명이 세운 43점의 '최소득점 기록'을 15년 만에 갈아치운 것이다. 이 또한 오랫동안 깨지기 어려울 듯 하다.
서로 점수를 넣지 못할 정도로 타이트하고 박진감 넘치는 수비가 나온 것도 아니었다. 오픈 찬스에서도 여지없이 슛은 림을 벗어났다. 정규시즌을 치르느라 체력이 떨어졌다는 식의 변명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 기본적인 선수들의 경기력과 집중력이 너무 부실했다. 임근배 삼성생명 감독과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도 선수들을 콘트롤하지 못했다. 승패를 떠나 한 마디로 졸전이었다.
이런 '막장급 경기'도 승패는 결정된다. 우리은행이 54대38로 역전승을 거뒀다. 전반을 21-22로 뒤진 우리은행은 3쿼터에서 삼성생명이 단 2득점에 그치는 사이 16점을 올리며 승기를 잡았다. 김단비가 3점슛 1개 포함 9득점으로 팀 공격을 이끌었다. 결국 여기서 벌어진 격차가 4쿼터에도 좁혀지지 않았다.
이날 승리로 우리은행은 먼저 2승(1패)째를 올리며 챔피언 결정전 진출까지 1승만 남겨두게 됐다. 삼성생명은 1차전에서 승리하며 한때 '챔피언결정전 진출 확률 100%'의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2연패를 당하며 탈락 위기에 몰리게 됐다. 하지만 이날과 같은 경기력이라면, 누가 올라가든 챔피언결정전의 기대감은 나오지 않을 듯 하다.
용인=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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