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제구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으니…."
한승혁(31·한화 이글스)은 리그를 대표하는 파이어볼러다. 2011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전체 8순위)로 KIA 타이거즈에 지명될 정도로 유망주였다. 좋은 패스트볼을 가지고 있지만, 매년 한 단계 고비를 넘기지 못하면서 확실하게 1군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다. 결국 2022년 시즌을 마치고 트레이드로 한화로 팀을 옮기게 됐다.
지난해 한승혁은 선발과 구원을 오가면서 21경기에서 36⅓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 6.44으로 시즌을 마쳤다. 시속 150㎞ 중반의 공을 던지지만, 확실하게 이를 살리지 못했다.
올해 한승혁은 다시 한 번 희망을 품게 했다. 스프링캠프 3경기에서 3이닝 무실점을 기록했고, 7일 자체 청백전에서도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시범경기 첫 등판이었던 지난 11일 대전 KIA전과 14일 대전 KT전에서 각각 1⅔이닝, 1이닝을 퍼펙트로 막았다. 특히 KT전에서는 최고 구속이 시속 155㎞까지 나왔다. 지난 16일 부산 롯데전에서는 2이닝 동안 안타 한 개만을 맞았을 뿐 삼진 3개를 잡아내며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스프링캠프와 청백전, 시범경기까지 7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이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한승혁의 모습에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최 감독은 "공이 너무 좋아서 (불펜 엔트리 구상으로) 상당히 머리 아프게 한다"고 웃으며 "공이 정말 좋다. 2군 경기와 1군 경기에서 차이가 컸다. 2군에서는 안정적으로 좋은 피칭을 했는데, 1군에서는 본인이 가지고 있는 퍼포먼스가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한승혁은 "캠프 때부터 차근차근 만들고 있다. 문제없이 잘하고 있다"라며 "딱히 무엇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매커니즘에서 코치님들과 이야기하고 했던 부분을 신경쓰면서 지금까지 하고 있다. 내가 느끼지 못한 부분도 나온 거 같고, 일단 결과가 잘 나와서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거 같다"고 했다.
155㎞는 한승혁 본인도 놀랐던 페이스. 그는 "생각보다 구속이 많이 나와서 나도 놀라긴 했다. 의식하지 않고 내가 부족한 부분을 생각하다보니 구속이 잘 나온 거 같다. 다만, 여기서 (구속이) 더 올라갈 거 같지는 않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이어 "중심 이동 등을 생각했다. 마냥 공을 빠르게 던진다는 생각보다는 조금 더 타자에게 안 맞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다. 계속 이런 부분을 신경쓰면서 개막에 들어가서도 해야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올해부터 실시하는 ABS(자동투구판정 시스템)도 자신감을 심어줬다. 한승혁은 "내가 제구가 좋지 않다는 인식이 있다보니 심판분들께서도 사람인 만큼 약간 안 잡아주는 듯한 느낌도 있었다. 이제는 S존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던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ABS 도움을 받는다는 이야기도 나오는 거 같다"고 말했다.
시범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피치클락 적응도 문제는 없을 예정. 한승혁은 "투구가 늘어지는 타입은 또 아니라서 괜찮을 거 같다. 그래도 주자가 나갔을 때 사인을 틀려서 고개를 젓는 상황이 나오면 시간이 부족할 거 같기는 하다"고 말했다.
올 시즌 그 어느때보다 좋은 결과를 내며 시즌을 준비하고 있지만, 한승혁은 들뜨지 않았다. 그는 "솔직히 지금보다 더 좋은 적도 있었다. 항상 결과가 좋지 않다보니 페이스가 좋다는 이야기가 들어가는데 나는 계속 비슷한 밸런스로 던지려고 한다. 매년 시즌 초에는 좋았던 만큼, 그걸 얼마나 유지하는 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승혁은 "잘하려고 하기보다는 그냥 해야한다는 생각이 더 강한 거 같다. 어떤 상황이 되든 거기에 맞춰서 하려고 한다"라며 "내 것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면서 시즌을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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