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그런 수비가 나왔을 때 투수가 흔들리면 야수는 더 위축됐다. 특히 더 집중해서 던졌다."
최종 점검을 마친 한화 이글스 류현진(37)의 표정은 밝았다.
류현진은 1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시범경기에 선발등판, 5이닝 6피안타 무4사구 2실점으로 역투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한화 타선은 전날 14안타 8득점에 이어 이날은 장단 19안타를 몰아치며 14득점, 롯데를 이틀연속 초토화시키며 시범경기 4연승을 내달렸다.
류현진은 2월22일 한화와의 8년 170억원 계약에 사인한 이래 불펜피칭, 라이브피칭, 홍백전, 시범경기(12일 KIA 타이거즈전)를 거치며 차근차근 투구수를 늘려왔다.
이날 롯데전 투구수는 76구. KBO리그 복귀 이래 가장 많은 투구수다. 오는 23일 LG 트윈스와의 올시즌 공식 개막전을 앞두고 최종 리허설을 훌륭하게 마무리지었다.
직구(40개) 체인지업(16개) 커브(12개) 컷패스트볼(8개) 등 다양한 구종을 십분 활용했다. 직구 구속(최고 144㎞)이나 제구 공히 지난 KIA 타이거즈전 대비 컨디션은 좋지 않았다. 하지만 특유의 안정감과 위기 관리 능력, 완급조절이 돋보였다.
공교롭게도 이날 배터리 호흡을 맞춘 상대는 '운명의 친구' 이재원이었다. 류현진의 데뷔시즌, 연고 구단인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가 류현진 대신 이재원을 1차 지명한 선택은 1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회자된다.
지난해 이재원이 방출을 자진 요청한 뒤 한화로 유니폼을 갈아입었고, 류현진은 KBO리그로 복귀했다. 두 사람은 돌고돌아 청소년대표팀 이후 처음으로 한화에서 다시 만났고, 실전에서는 이날 첫 호흡을 맞췄다. 류현진은 "편했다. 나 뿐만 아니라 다른 투수들과도 잘 맞추고 있는 것 같다"며 미소지었다.
류현진으로선 2012년 4월 7일 개막전 이후 12년, 4362일만에 선 사직구장 마운드였다. 1만3766석을 가득 채운 야구팬들의 열기가 돋보였다. 류현진은 "롯데팬들은 12년전하고 똑같다.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열기가 대단했다"며 감탄했다.
"일단 투구수를 늘렸고, 확실한 장타를 맞지 않은 점에 만족한다. 제구가 지난번보다 완벽하지 않았지만 괜찮았다. 공격이 조금 길어져도 5회를 채우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무조건 다 채울 생각이었다."
류현진은 "시범경기는 체력을 늘리는 기간이다. 직구와 변화구를 충분히 배분해서 던지고 있다"면서 "시즌이 시작되면 아마 내가 던지고 싶은대로 던지지 않을까. 많이 바뀔 것"이라고 말해 변화를 예고했다.
2번의 시범경기에서 9이닝 9안타 3실점, 하지만 삼진 9개를 잡는 동안 볼넷이 단 한개도 없다. 정규시즌에는 더 무서워질 예정이다.
이틀간 한화 타선의 대폭발에 대해서는 "점수를 너무 많이 뽑아서 지금 좀 불안하다. 시즌 때는 더 많은 점수를 내줄 거라 믿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날 류현진의 유일한 실점은 3회 2사 1,2루에서 전준우의 2타점 2루타를 허용한 장면이다. 사실 수비 실책이었다. 한화 우익수 임종찬이 타구 판단을 잘못해 평범한 뜬공이 적시타로 둔갑했다.
류현진은 타구를 확인한 뒤 마운드를 내려가다 말고 다시 올라와야했다. 그는 다음타자 유강남을 3구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이닝을 끝냈다.
"감정 같은 건 전혀 없었다. 그런 실수가 나왔을 때 투수는 더 집중해야한다. 다음 타자에게 맞으면 안된다. 투수가 흔들리면 실수한 야수는 더 위축되고 어려우니까. (유)강남이가 운이 좀 없었던 거다."
류현진의 마음씀 때문일까. 임종찬은 전날 4타수 4안타 2타점에 이어 이날도 4타수 3안타 4타점으로 맹활약하며 조금이나마 보은에 성공했다.
류현진은 "선발투수의 역할을 다하는게 목표다.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하고 싶다. 타자도 믿고, 수비도 당연히 믿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재 KBO리그 통산 98승. 공식 개막전과 홈개막전을 승리하면 바로 100승이 완성된다.
"열심히 하겠다. 100승은 그래도 좀 생각이 된다. 2경기만에, 또 대전에서 달성하면 좋지 않겠나."
부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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